[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1부 선비들의 멋, 그것이 유머였다. |
조선 선조 임금 때 내노라하는 대신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정
철(鄭撤)과 유성룡(柳成龍), 그리고 이항복(李恒福)과 심희수(沈
喜壽), 이정구(李廷龜) 등 학문이 깊은 쟁쟁한 다섯 대신들이 우
연히 어느 관리의 환송 잔치에 함게 참석한 것이다.
술잔이 몇 바퀴 돌고 은근해지니, 한 사람이 제안했다.
"우리가 돌아가면서 시 한 구절씩 지어 읊으며 흥을 돋우는
것이 어떤가? 그게 좋지 않겠어?"
이 제의에 모두들 그게 좋겠다고 찬동하며, 제목을 `들려오
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정했다.
먼저 정철이 지어 읊는데,
"맑은 밤 밝은 달빛이 누각 머리를 비추는데, 달빛을 가리고
지나가는 구름의 소리(淸宵朗月 樓頭알雲聲)."
라는 것이었다. 모두들 마음으로만 느끼는 소리를 산징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칭찬했다.
다음은 심수희가 나섰다.
"온 산 가득 찬 붉은 단풍에, 먼 산 동굴앞을 스쳐서 불어 가
는 바람 소리(滿山紅樹 風前遠峀聲)."
이렇게 긴 소리로 읊으니, 모두들 그 바람 소리가 지금 귓가
를 스치는 것 같다고 하면서 좋아했다.
그리고 이어 유성룡은,
"새벽 창 잠결에 들리는, 작은 통에 아내가 술을 거르는 그
즐거운 소리(曉窓睡餘 小槽酒滴聲)."
라고 지었다. 이에 모두 손뼉을 치면서 크게 웃고 술 한 잔씩을
죽 돌렸다.
그 다음은 이정구가 나서더니 큰 기침을 하고는,
"산골 마을 초당에서 도련님의 시 읊는 목소리(山間草堂 才
子詠詩聲)."
하고 읊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모두들 옛날에 자기들도 읊었던
가장 확실하게 아름다운 소리라고 했다.
마지막까지 듣고 있던 오성 대감 이항복이 나서면서, 다들 좋
은 소리들을 읊었지만 자기의 것만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며 읊
기 시작했다.
"깊숙한 골방 안 그윽한 밤에, 아름다운 여인의 치마 벗는 소
리(洞房良宵 佳人解裙聲)."
이렇게 읊고는 사람들에게 어떠냐고 물었다. 이 말에 모두들
그 소리가 가장 마음에 드는 아름다운 소리라고 칭찬하며, 크게
한바탕 웃었다.<조선중기>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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