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1부 선비들의 멋, 그것이 유머였다. |
김명원(金命元) 재상이 젊었을 때 암행어사가 되어 관서 지방
에 갔다. 한 시골 마을에 들러 어느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마침 비가 많이 내려 하루를 더 지체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집에는 예쁘장하게 생긴 어린 딸이 있어서, 김명원
이 하루 더 머무는 동안 기회를 보아 밤에 몰래 그 처녀를 유인
해 와서 옷을 벗기고 껴안아 마음껏 데리고 놀았다.
그런데 이튼날 갑자기 그 처녀가 복통을 일으켰다.
"아이고 배야, 어머니, 배가 뒤틀리고 아파요,"
처녀가 배를 움켜쥐고 뒹구니, 처녀 모친이 어쩔 줄 몰라 발
을 동동 구르다가 이웃 봉사에게로 달려갔다.
"우리 딸아이가 무슨 잡귀신이 들었는지 갑자기 배가 아프다
며 뒹굴고 있으니 점을 좀 쳐봐 주시오."
곧 봉사가 점을 쳐서 점괘를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며서 다
음과 같이 말했다.
"그 참 이상한 점괘로다, 혹시 남쪽 지방에서 온 손님이 있는
지? 남쪽 지방에서 온 사람의 `살점 한 토막',곧 `육편(肉片)'을
얻어서 약으로 쓰면 나을 수가 있겠는데.....,"
"아니, 남쪽에서 온 손님이라고요? 우리 집에 서울에서 온 손
님이 머물고 있습니다. 그런데 `육편'이 무엇인지요?"
이 말에 봉사는 무릎을 탁 치면서 소리쳤다.
"옳거니, 그러면 그렇지, 돌아가서 그 손님에게 `육편'을 좀
달라고 해보시오, 아마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것입니다."
봉사는 이처럼 의미 있는 말을 던지고는 크게 웃었다.
이 말을 들은 처녀의 모친은 무슨 뜻인지 모른채, 집으로 달
려와서 묵고 있는 손님 김명원에게로 갔다. 그리고는 딸의 복통
과 봉사의 점괘를 얘기하고 이렇게 부탁했다.
"어르신, 딸의 복통 때문에 남쪽 지방 사람의 `육편'이 필요
하오니, 혹시 가지고 계시면 그것을 좀 빌려 주십시오,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김명원이 이 말을 듣고 한바탕 웃고는 대답했다.
"부인, 내가 그 좋은 `육편'을 가지고는 있습니다만, 내 다리
사이에 붙은 것이라 잘라내어 주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를 어
쪄면 좋지요? 혹시 따님을 나에게로 데리고 오면 내가 치료를
해줄 수는 있겠는데요,"
그러면서 부인을 쳐다봤다, 부인은 김명원의 표정을 보고서
그때서야 비로소 눈치를 챈 듯,
"아니 그 앙큼한 것이.....,"
하고는 무슨 뜻인지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씩 웃고, 부끄러
운 빛을 감추지 못한 채 안으로 들어가더라.<조선중기>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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