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1부 선비들의 멋, 그것이 유머였다. |
한 부인이 일찍 남편을 여의고 오직 아들과 딸, 곧 남매를 정
성으로 길렀는데, 아들이 점점 자라 서당에서 글을 읽어 이제는
어엿한 선비가 되었다.
그런데 부인이 아들의 독서에 관심을 갖고 옆에서 지켜보고곤
하는 동안에 한자에 대한 지식이 약간 갖게 되었고, 그래서 다른
사람과 애기할 때면 한문 숙어(漢文熟語)나 고사성어 등 문자(文
字:유식한 한문 숙어를 뜻함) 쓰기를 좋아하는 버릇이 생겼다.
이렇게 되니 부인은 새로운 한문 단어를 들으면 꼭 기억해 두었
다가 뒤에 그것을 사용하려고 애썼다.
하루는 아들이 모친에게 이런 부탁을 했다.
"어머니, 친구들이 내일 오랜만에 저희 집으로 놀러 오니, 술
상을 마련해 즐겁게 놀 수 있도록 준비를 좀 해주십시요."
"그래! 그 참 잘되었다. 내 술상을 잘 마련하마."
부인은 아들의 말에 속으로 매우 기뻤다.
‘옳지, 아들 친구들은 모두 휼륭한 선비들이니까 술을 마시
고 놀면서 많은 문자를 쓰겠지....,내 이번 기회에 많은 문자를
배워 두었다가 써먹어야지,’
이튼날 아들 친구들이 사랑방에 모이니, 부인은 술상을 차려
들여놓은 다음에 창문 밖에 서서 젊은이들의 얘깃소리를 들었
다. 그런데, 젊은이들의 얘기 속에 다른 말들은 거의 이해가 되
는데, ‘용도질(龍倒質), 비력질(臂力質), 요분질(搖奔質)'등 세
단어는 처음 듣는 말이라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에 부인은 아들에게 물었다.
"얘야, 어제 너희들이 놀 때 들으니 다른 말들은 대강 알겠는
데, 용도질과 비력질, 그리고 요분질이란 말은 처음 듣는 말이어
서 무슨 뜻인지 모르겠더라, 좀 가르쳐 다오."
"옛? 어머니! 그 말을 다 들으셨어요"?
모친의 물음에 아들은 매우 당항하며 난처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용도질'은 용(龍)이 위로 힘차게 솟아올랐다가 다시 아래
로 내려꽂는 모습을 뜻하는데, 남녀 교합(交合) 때 남자의 힘찬
운동을 상징하는 말이며, `비력질'은 팔을 뻗어 아래위로 끄덕이
는 모습을 나타낸 말로, 역시 남성의 힘찬 물건이 움직이는 상항
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리고 `요도질'은 남녀 교합 때 여성이 허
리 부분을 흔들어 감흥을 돋우는 말이니, 이런 말을 모친에게 바
로 설명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들은 곧 긴장을 풀고 의젓하게 거짓말로 꾸며서 대충 이렇
게 설명해 드렸다.
"어머니, 그 용도질과 비력질은 남자들이 담배 피우고 장기
바둑 두는 것을 뜻하고,요도분질은 여자가 바느질하고 수놓는 일
을 뜻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장난삼아 하는 말이고
고상한 말이 아니니 절대로 기억하지 마십시요."
헌데, 이것이 크게 문제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모친은 이
말을 아들이 설명해 준 그 뜻으로 알고, 어떤 기회에 써먹을 요
량으로 마음속 깊이 잘 간직하고 있었다.
얼마 후에 부인은 딸을 출가시켜 사위를 보게 되었는데, 딸이
시집간 뒤 사위가 처음으로 처갓집에 다니려 왔다. 부인은 사위
에게 술상을 차려 대접하면서 사랑스러운 마음에 옆에 않아 다
음과 같이 말했다.
"이 사람아, 음식을 든 다음에 사랑방에 나가서 처남과 함게
용도질 하고 비력질도 하면서 재미있게 놀게나. 그리고 내 딸
아니가 잘생기지는 못했지만, 요분질 하나만은 나무랄 데 없이
잘하는 편이라네, 잘 부탁하네."
이 말을 들은 사위는 장모를 한 번 힐끗 쳐다보고는 아무 말
도 하지 않고 곧바로 자기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리고 아내를
음탕한 집안의 딸이라며 꾸짖어 친정으로 쫓아보냈다.
이에 부인의 아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고 모친에게 물었다.
"어머니, 매부가 왔을 때 혹시 무슨 말을 잘못 하신 게 아닙
니까? 무슨 말을 하셨는지 생각해 보십시요."
"얘야, 내가 무슨 말을 하다니? 아무런 흠될 만한 말은 하지
않았다. 다만 네가 전에 가르쳐 준 비력질 등 그 문자를 썼을 뿐
이다."
"어머니.....아이 참, 그 말들을 매부에게 했어요? 크게 잘못
되었습니다. 내 급히 가서 해명해야겠습니다."
"얘는.....장기 바둑 두면서 노는 것이 뭐 나쁘냐? 그리고 네
누이동생이 바느질 하나는 정말 잘하지 않니?"
아들은 모친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옷을 갈아입고는 곧장
매부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사실을 설명한 다음,
"매부! 이것은 모친의 잘못이 아니고 순전히 내 실수이니 용
서해 주세나, 정말 잘못되었네,"
하고 머리 숙여 사과했다.
얘기를 들은 신랑은 크게 웃고, 가마를 가지고 처가로 가서
아내를 데리고 왔다.<조선후기>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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