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1부 선비들의 멋, 그것이 유머였다. |
어느 마을에 한 나이 많은 선비가 있었는데, 아들과 손자 등
삼대가 한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선비는 부인과 자부가
모두 일찍 사망하여 부자(父子)가 홀아비였고, 그 손자는 나이
13,4세 정도로 아직 미혼이었다.
하루는 이 선비의 생일날이 되어 아들이 조촐한 잔치를 마련
했는데, 잔칫날 아침 선비가 손자를 불렀다.
"얘야, 지금 곧바로 건넛마을 사돈 할머니 댁으로 가서 노마
님을 모시고 오너라. 오늘 잔치에 초대하고 싶구나,"
예, 할아버지, 곧 모시고 오겠습니다."
이렇게 선비는 자신의 생일 잔치에 그동안 왕래가 옶었던 나
이 많은 안사돈을 초대하여 한번 만나 보려고 했다.
선비의 손자는 곧바로 집을 나서 장마로 물이 불어난 시내를
건너 사돈 할머니 댁으로 갔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전갈을 말씀
드리며, 함께 모시고 가겠노라고 했다.
선비의 손자가 사돈 할머니를 모시고 돌아오던 중 시내에 다
다르니 물이 많아, 사돈 할머니가 신과 버선을 벗고 치마와 바지
를 걷어올린 다음에 건너야만 할 형편이 되어 매우 민망했다. 그
래서 선비의 손자는 사돈 할머니께 제의했다.
"할머니, 제가 할머니를 업고 건너도록 하겠습니다."
"응, 기특하기도 하네그려, 내 몸이 가벼우니 업을 수 있을
게다. 그렇게 해주면 고맙지,"
이렇게 하여 선비의 손자가 사돈 할머니를 등에 업고 내를 건
너는데, 마침 업은 한 손이 사돈 할머니의 치마 밑 속곳 가랑이
속으로 들어가 사타구니 사이에 닿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움켜
쥔 손가락이 움푹 파인 부드러운 그곳으로 점점 깊이 들어감을
느꼈다.
이에 선비의 손자는 사춘기 소년으로서 야릇한 감정을 느끼
며, 자신이 업고 있는 사람이 사돈 할머니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마음속에 그리워하던 어떤 젊은 여성을 업은 것 같은 착각 속으
로 빠져들고 말았다.
곧 선비의 손자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자 이상야릇한 정감이
일면서 기분이 고조되었고, 그래서 일부러 걸음을 천천히 하여
제법 많은 시간이 걸려 내를 다 건너왔다.
냇가에 내린 사돈 할머니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어떤 내
색도 하지 않고 길을 걸어 선비의 집에 도착했다.
저녁때, 잔치가 끝나고 사람들이 모두 돌아간 뒤, 노마님은
조용히 선비의 아들(자신을 업었던 소년의 부친)을 불러 앞에
앉히고 이야기했다.
"이 사람, 잘 듣게나, 자네 아들이 아직 나이도 어린 것이 이
늙은이를 업고 내를 건너면서 손가락을 가지고 이러이러한 장난
을 했다네. 그런 짐승 같은 행동을 해서야 되겠는가? 아비로서
좀 따끔하게 벌을 내려야 하겠기에 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얘
기하는 것일세."
이렇게 정중하게 훈계하니, 듣고 있던 선비의 아들이 미처 얘
기가 다 끝나기도 전에 손을 내저어 말을 못하게 막고는 뛰쳐나
가면서 말하길,
"노마님, 알았습니다. 지금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제 다리 사
이의 물건이 어찌나 발동을 하는지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만 얘
기해 주십시요. 도저히 진정할 수 없어 물러가옵니다."
하고는, 얼굴이 벌개져 고개를 숙이고 물러가는 것이었다.
이 모습을 본 노마님은 이렇게 욕을 해댔다.
"그 아들에 그 아비로다, 부자가 잘들 한다."
그리고 노마님은 다시 늙은 선비, 곧 바깥사돈에게로 가서 지
금까지 있었던 이야기를 대충 설명한 다음에,
"손자와 아들이 모두 이 지경이니, 단단히 교육을 다시 시켜
야 하겠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큰 낭패를 당할 수도 있지 않겠
습니까?"
하고, 걱정되는 심정을 정중하게 토로했다.
이 때 안사돈의 얘기를 듣고 있던 늙은 선비가 고개를 푹 숙
인 채 눈물응 흘리기 시작했다. 이를 본 노마님이 자기의 말이
너무 지나쳐서 부끄러워 눈물을 흘리는 줄 알고는 부드러운 목
소리로 이렇게 위로하며 사과했다.
"사돈 영감, 그렇게까지 무안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너무 지나치게 얘기했다면 죄송합니다. 양해해 주십시요,"
늙은 선비는 한참 동안 머리를 숙이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우는 게 아닙니다. 옛날에는 지금과 같은 그런 얘기
를 들으면, 다 듣기도 전에 금방 내 다리 사이의 물건이 꼿꼿하
게 발동해 견디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그 얘기를 끝까지 다 들어
도 전혀 그것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게 슬퍼서 눈물
이 나는 것이니, 어디 좋은 약이 없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안사돈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면서,
"늙은 것 젊은 것 할 것 없이 이 집안 삼대(三代)가 모두 후례
자식들이로다,"
하고는 떨치고 돌아가 버렸다.
세상에 흔히 쓰이고 있는 `삼대 후레자식'이란 욕설은 이 얘
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전해진다.<조선 후기>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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