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1부 선비들의 멋, 그것이 유머였다. |
한 선비가 말을 타고 길을 가다가 큰 내에 이르렀다. 냇물을
건너려고 하면서 둘러보니, 건너편 냇가에서 많은 여인들이 쭈
그리고 앉아 빨래를 하는 것이 보였다.
이 때 선비의 시선은 여인들의 벌어진 허벅지 사이에 가 머물
렀고, 여러 가지 상상을 하면서 정신없이 말 위에 앉아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때마침, 스님 한 분이 지팡이를 짚고 걸어와서 역시 내를 건
너려고 신을 벗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신을 차린 선비는 스님에
게 말을 걸었다.
"스님! 초면에 인사도 없이 실례합니다만, 스님도 시를 지을
줄 아시지요? 내가 먼저 시 한 구절 읆어 볼 테니 스님이 그
댓구를 지어 보시겠소?"
"예, 소승 그 말씀에 따르겠나이다. 나무아미타불."
스님은 선비를 쳐다보고는 합장을 하면서 절을 했다. 이에 선
비가 먼저 이렇게 시를 읆었다.
"저편 시냇가에 많은 홍합 조개들 입을 벌리고 있구려(溪邊
紅蛤開)."
선비가 읆은 시구를 듣고 있던 스님은 싱긋이 웃으며 선비를
쳐다보고 말했다.
"선비께서는 속세에 사시는 분이라 홍합이라는 고기 종류[肉
物]를 가지고 시를 지었습니다만, 소승은 산속에 사는 중이라 고
기를 먹지 못하옵니다. 그러니 소승의 분수에 맞게 채소 종류를
가지고 대구를 지어 보겠나이다. 나무아미타불."
이렇게 말한 스님은 다음과 같은 시를 읆었다.
"선비의 말 안장 위에는 송이버섯이 꿈틀거리고 있네(馬上松
耳動)."
그리고 선비와 스님은 마주보고 크게 웃었다.<조선후기>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김현룡지음~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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