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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1부 선비들의 멋, 그것이 유머였다. |
한 선비가 어느 날 아침 안방으로 들어오니, 부인이 밤새 정
성 들여 기운 버선을 그 앞에 내놓았다.
"아 부인, 참 잘되었구려, 내 며칠 전부터 새 버선이 한 켤레
있었으면 했는데 고맙소."
이렇게 말한 선비는 얼른 버선을 집어들고 기쁜 표정을 지으
면서 헌 버선을 벗고 새 버선을 신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여느 때와는 달리 버선이 작아서 아무리 잡아당기며 애
를 써도 발의 중간에 걸려 들어가지 않았다.
한참 동안 애를 쓰던 선비는 버선을 도로 벗어 아내 앞으로
홱 던지면서,
"당신 재주는 참 이상한 데가 있어. 마땅히 작아야만 좋을 것
은 너무 크고 넓어서 헐렁헐렁해 영 재미가 없고, 커야 할 버선
은 이렇게 작게 기워 발이 들어가지 않으니, 당신 것은 어찌 매
사가 이렇게 거꾸로만 되었단 말이오?"
하면서 눈을 맞추고는 씽긋 웃었다.
이에 부인도 마주친 눈을 살짝 흘기면서 웃음을 띠고는 큰소
리로 대꾸했다.
"아니, 당신 몸은 뭐 모두 좋은 줄 아시오? 커야만 좋을 물
건은 아무리 만져 키우려고 애써도 커지지 않고, 크지 않아도 될
발만 쓸데없이 커져서 같은 치수로 기운 버선이 왜 들어가지 않
아요? 정말 이상하지 않습니까?"
곧 부부는 약속이나 한 듯 서로 껴안았다.<조선후기>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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