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고전유머]2-15화 기생집에서 얻은 올공금(兀孔金)

eorks 2007. 3. 17. 00:37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2부 화류춘몽, 그 웃음과 눈물

(제2-15화)기생집에서 얻은 올공금(兀孔金)
    옛날 속담에 `올공금 팔자'라는 말이 있다. `올공금'은 우리 전통 악기인 장구의 줄을 양쪽 가죽테에 거는 갈고리, 즉 `용구 철(龍鉤鐵)'을 뜻하며, `팔자'는 음양오행설에서 말하는 사주팔자 를 뜻한다. 그래서 `올공금 팔자'란 `올공금' 같은 하찮은 물건으 로 횡재를 해 갑자기 큰 부자가 되었을 때 일컫는 말이다. 옛날에, 전주(全州)에 사는 상인이 큰 배에 생강을 한 배 가 득 싣고 서해 바다를 거쳐 평양 대동강에 가서 정박했다. 생강은 남쪽 지방에서 생산되고 관서 지방에서는 나지 않는 물건이므로 평양에서는 값이 매우 비쌌다. 곧 생강 한 배 1천 필이나, 또는 곡식 1천 석에 해당하는 가치였다. 상인은 평양에서 생강을 파는 동안 한 기생과 친분을 가져서, 이후 수년 동안 같이 살면서 그 생강 한 배를 모두 기생집에 바 쳤다. 상인이 싣고 온 생강이 다 없어지자 기생은. "재물을 더 가지고 오던지 그렇지 않으면 집을 나가시오." 하면서 상인을 냉대하게 내쫒으려 했다. 상인은 한 배의 생강을 모두 탕진하고 빈털터리가 되어 고향 으로 돌아가기도 부끄럽고, 기생집에서 쫒겨나면 따로 머물 만 한 곳도 없어서 기생에게 사정했다. "내가 재물이 다 없어졌고 갈 곳도 없으니, 네 집에 머슴으로 머물면서 일을 해주면 어떻겠느냐?" "그래요? 그렇다면 좋습니다. 집안일을 열심히 하면서 손님 이 있을 때면 부엌에서 잠을 자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상인은 그 기생집 머슴이 되어 말에게 먹이를 주는 일과 땔나무 마련하는 일 등 힘든 일을 하면서 온갖 고통을 감수 했다. 기생이 다른 남자와 안방에서 잠자리를 할 때면 상인은 부엌 아궁이 앞에서 불을 쬐며 쭈구리고 앉아 밤을 새웠다. 이 때 방 안에서 잠자리하는 소리가 들릴 때는 전날 자기와 옷을 벗고 놀 던 그 기생의 몸 구석구석과 살결이 눈앞에 선하여 저절로 눈물 이 솟았다. 상인은 여러 해 이런 생활을 하다가, 아무래도 고향으로 돌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기생에게 말했다. "이제 집을 떠난 지도 오래되었으니 집으로 돌아가야겠소. 그 동안 많은 신세를 졌구려. 고맙소이다." "아, 잘 생각했어요. 그런데 우리 집에 오래 있은 정표로 무 엇을 준담? 노자로 줄 돈은 없고 뭐 마땅한 물건이 없나?" 기생은 노자로 돈을 주기는 아깝고 해서 집안 여기저기를 살 피다가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던 장구를 꺼내 와서, 거기에 걸려 있는 16개의 `올공금'을 풀어 주며 말했다. "이것이나 가지고 가다가 쌀과 바꾸어 양식으로 하구려." 상인은 그것을 받아가지고 좋아하면서 기생과 작별을 고하고 길을 떠났다. 대동강가에 이르러 배를 기다리는 동안, 상인이 모 래밭에 앉아서 그 올공금 16개를 모래에 문질러 녹을 닦아 보았 더니, 검정색이 반질반질 빛나면서 윤이 나고 보통 쇠와는 전혀 달랐다. "이상하다. 보통 쇠와는 분명히 다른 것 같은데......," 상인은 이것이 매우 중요한 쇠로 만든 것이라 생각하고, 황강 (黃岡) 장날에 가지고 가서 장터에 자리잡고 앉아 펼쳐 놓았다. 그리고는 종이에 이렇게 써서 붙여 놓고 소리쳤다. "이것이 중요한 보물입니다. 1백만 냥이면 이것을 팝니다." 그러자 해저름 무렵, 한 사람이 지나가다가 되돌아와서 자세 히 살펴보고는, "이것 어디에서 났소? 참 희한한 일이네. 이것은 `오금(烏金; 검정색의 금)'이라는 것인데, 보통 황금의 10배 정도 비싼 값으 로 팔리는 보물로 매우 구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내가 1백만 냥을 내고 사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이렇게 제의했다. "내가 지금 가진 돈이 없으니 전주까지 함게 가면 돈을 드리 겠습니다. 자, 함게 가시지요." 이렇게 해서 상인은 전주까지 함게 가서 그 돈을 받았다. 상 인은 곧 그 돈으로 옛날에 생강을 산 본전을 갚고, 그러고도 남 은 돈으로 `갑부'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재산이 넉넉해졌다. 그 래서 당시 사람들은 그를 `검정 금'으로 부자가 되었다고 하여 `오금장자(烏金長者)'라 불렀고, 또한 사람의 운수는 알 수 없는 것이라는 뜻으로 `올공금 팔자'라는 속담이 생기게 되었다. <조선 중기> [옛 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 김현룡 지음]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