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2부 화류춘몽, 그 웃음과 눈물 |
머리털이 없는 대머리가 쓰고 다니는 모자를 흔히 수박 담는
그릇이라 말한다. 대머리가 마치 둥글둥글한 수박 같으니 그것
이 들어가는 모자가 바로 수박을 담는 그릇에 해당한다는 뜻으
로 하는 말이다.
옛날에 한 관리가 왕명을 받들어 어느 지방에 사신으로 갔는
데, 이 사신은 머리에 털이 하나도 없는 완전한 대머리로 흡사
수박 같았다.
이 사신이 고을 관사에서 며칠 머무는 동안, 잠자리를 받드는
천침(薦枕) 기생이 그 사신의 대머리를 놀려 주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사신이 관청에 볼일 보러 나간 사이, 사신이 쓰고 왔다가
벗어서 벽에 걸어 놓은 털모자에 복숭아를 가득 담아서 병풍 모
서리에 걸어 놓았다.
사신이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보니, 자기 머리에 쓰는
털모자를 무슨 보자기인 양 복숭아를 담아 걸어 놓은 것에 대해
크게 화가 났다. 그래서 밥상을 들고 온 기생을 불러앉히고 야단
치기를,
"이 못된 것아, 너는 내 머리에 쓰는 모자를 받들어 간수해야
하거늘, 무슨 복숭아 담는 그릇으로 알았느냐?"
하고 화를 내었다.
이에 기생이 사신의 반질반질한 머리를 바라보고는 싱긋벙긋
웃으면서 가만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으리, 그렇게 화내실 줄 알고 일부러 그랬습니다. 나리께
서 수박을 담고 다니는 그 그릇에 복숭아를 좀 담아 둔들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이렇게 말하고 소리내어 웃으니, 사신도 이 말을 듣는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조선 중기>
[옛 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 김현룡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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