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고전유머]2-18화 죽어 뱀이 되었다는 기생

eorks 2007. 3. 18. 08:46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2부 화류춘몽, 그 웃음과 눈물

(제2-18화)죽어 뱀이 되었다는 기생
    조선 선조 임금 무렵, 종실인 파성령(坡城令)이 어떤 일로 남 원에 갔었는데, 한 예쁜 기생을 만나 사랑하여 정이 많이 깊어졌 다. 파성령은 여색을 매우 좋아했기 때문에 밤낮으로 기생과 함 께 지내면서 무릎 위에 앉히고 기생의 몸속에 손을 넣어 살을 만 지면서 좋아하곤 했다. 그러던 차에 파성령이 일을 마치고 남원을 떠나게 되었다. 파 성령은 이 기생과 작별하는 것이 슬퍼서 눈물을 줄줄 흘리고 우 니, 기생이 위로하느라고 이렇게 말했다. "낭군께서 소녀를 깊이 사랑해 주신 그 은혜 어찌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이별을 하고는 소녀 잠시도 이 세상에 살아 있을 수가 없습니다. 낭군께서 떠나시고 나면 소녀 곧 죽어서 뱀이 되 어 낭군께서 가시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따라가겠습니다. 너무 슬퍼 마시고 먼저 떠나가 계시옵소서." 이 말을 들은 파성령은 매우 감격하여 더욱 울다가 떠났다. 공주 목사 정희현(鄭希賢)이 이 이야기를 듣고 크게 웃었는 데, 마침 파성령이 공주 고을을 방문한다는 연락이 왔다. "음, 파성령을 놀려 줄 좋은 기회가 왔구나. 아마도 남원의 그 기생이 죽어서 뱀이 되어 있는 줄 알겠지?" 해학을 좋아하는 정 목사는 이렇게 말하면서, 파성령의 방문 을 계기로 그를 속여 웃음을 자아내게 하려고 계획을 꾸몄다. 파성령이 공주에 온다는 날, 도착하기 전에 그를 맞이해 환영 잔치를 열 자리를 마련해 놓고, 뱀을 한 마리 잡아와서는 도망가 지 못하게 묶은 다음, 파성령이 앉을 자리의 방석 뒤에 숨겨 두 었다. 얼마 후, 파성령이 도착하여 함께 앉아 술을 마시는데, 술이 얼근하게 취한 다음에 정 목사는 뱀의 꼬리를 조금 끌어내어 파 성령이 보게 하고는 거짓으로 놀라는 채하면서, "이것 봐라, 이게 무엇인고? 뱀이 왜 여기에 왔을꼬?" 하며 유심히 살피는 척했다. 이 말을 들은 파성령이 술에 취해 몽롱해진 눈으로 자리 뒤에 있는 뱀을 보더니 갑자기 눈물을 비오듯 쏟으며, "아! 진정 신임이 두터운 사람이로다. 내 저를 밤낮으로 사랑 해 주었더니 정말 약속대로 나를 위해 죽어서 여기까지 따라왔 구나. 아, 이 여인이여! 기특하구나." 라고 말하며 긴 탄식을 하는 것이었다. 이에 정 목사가 시치미를 딱 떼고 흔들어 말리면서 물었다. "이 사람, 혼자 울지 말고 무슨 까닭인지 이야기나 좀 들읍시 다. 뱀과 무슨 깊은 사연이 있는 것같이 보이는데요." "그렇지요. 이게 바로 남원 기생이랍니다. 내가 저를 그렇게 사랑해 주었더니, 기생은 지금까지 겪은 남자들 중에서 내가 잠 자리를 가장 잘해 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작별할 때에 나를 위 해 죽어 뱀이 되어 어디라도 따라오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 금 여기에 와 있으니 이렇게 유신할 수가 있겠습니까? 아, 진정 미더운 사람입니다. 정말 기특한 사람이지요?" 정 목사는 이에 한 수 더 떠서 슬그머니 놀렸다. "그렇다면 오늘 밤은 다른 기생이 필요 없겠습니다. 이 뱀과 같이 이불 속에 들어가면 아마도 이 뱀이 남원 기생으로 변하여 전처럼 잠자리를 잘 받들 테니까요. 지금 곧 뱀을 숙소로 옮기겠 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주위에서 웃음을 참느라 입을 막으며 애를 먹 고 있었다. 정 목사의 말을 듣고 있던 파성령은 눈물을 거두고 웃 옷을 벗어 그 뱀을 잘 싸서 아전들에게 주면서 이르는 것이었다. "아니오, 이 뱀을 내 옷에 싸진 이대로 객관 근처에 잘 묻어 주면, 내일 내가 제사를 지내 주겠소, 그리고 오늘 밤은 어리고 예쁜 기생을 하나 숙소로 보내 주어야 하오. 내 심심해서 혼자서 는 잠을 잘 수가 없으니까요." 이 말에 지금까지 웃음을 참던 주위 사람들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일제히 큰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조선 중기> [옛 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 김현룡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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