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2부 화류춘몽, 그 웃음과 눈물 |
수원 고을에 노래와 춤이 뛰어난 한 어린 기생이 있어서 사람
들의 칭찬을 받았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어려서 관장이 손님과
잠자리를 하라고 명령하지 않았는데, 하루는 손님이 많아 기생
들의 수가 모자라니 관장은 할 수 없이 이 어린 기생에게도 한
지체 높은 손님 방에 들라고 명령했다.
그리하여 이 어린 기생은 손님 방에 잠시 들렸다가 빠져나와
도망쳐 숨어 버렸다. 그래서 이튼날 관장은 이 기생을 잡아다가
형틀 위에 올려매고,
"네 이년! 기생으로서 손님을 모시라는 관장의 명령을 어겨?
너 간밤에 도망쳐 어떤 사내놈과 잤느냐? 명령을 어겼으니 매를
맞아야 하느니라."
하고 엄하게 호통치면서 매를 치라고 명령했다.
이에 기생은 매를 맞으면서 슬피 울며 다음과 같이 호소하는
것이었다.
"위대하신 나으리, 나라의 법도가 어찌 이렇게도 불공평하십
니까? 앞서 어우동은 많은 남자와 잠자리를 하며 음탕한 행동을
좋아했다고 하여 나라에서 벌을 내려 죽였는데, 소녀는 외간 남
자와 잠자리할 것을 거부했다고 하여 또 이렇게 매를 치시니, 같
은 나라 조정의 법도가 어찌 이다지도 공평하지 못하십니까? 이
렇게도 이상한 나라 법도가 어디에 있습니까?"
이렇게 말하면서 서러워 엉엉 우니, 듣는 사람들이 모두 바른
말이라 하면서 기생을 동정하더라.<조선 중기>
[옛 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 김현룡 지음]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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