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2부 화류춘몽, 그 웃음과 눈물 |
강백년은 조선 숙종 임금 초년에 사망하여 영의정으로 추증
되었다. 성격이 좀 옹졸하고 소심한 편이어서, 일찍이 황해도 감
사로 나갔을 때 사람들의 눈치가 보이고 또 용기가 없어서 감히
수청 기생을 두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은 여색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었다. 당시
강 감사는 한 예쁜 기생이 마음에 들어 불러 곁에 두고 싶고, 또
밤에도 함께 잠자리를 하고 싶은 욕망이 태산 같았지만, 여전히
남들의 눈이 두려워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애를 끓이
고 있었다.
어느 여름날 밤. 강 감사는 잠이 오지 않아 밖에 나가서 누각
근처를 거닐며 배회하다가, 마침 4,5명의 기생이 방문을 열어 놓
고 짧은 치마만 입은 채 아무렇게나 뒹굴어져 자고 있는 것을 목
격했다. 그래서 가까이 가서 가만히 살펴보니 평소에 자신이 마
음에 두고 있던 그 기생도 같이 섞여 자고 있는데, 맨살이 반쯤
노출되어 있는 것이 너무나 탐스러워 가슴을 격동시키는 것이었
다.
그래서 충동을 누를 길이 없어, 그 기생이 잠자는 곳으로 살
금살금 걸어가 다른 기생들이 잠을 깨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그
곁으로 가 앉았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그 기생의 가슴에 손을
얹어 쓰다듬었다. 그 때 기생이 잠결에 옆으로 돌아누우면서 다
리를 움직이기에, 감사는 겁이 나서 얼른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나와서도 강 감사는 자꾸만 그 기생에게 마음이 끌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그 기생 옆으로 살그머니
가서 그의 아랫도리를 만지기 시작했다.
이 때 기생이 잠결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 잠을 께서 몰래 살
피니, 감사가 옆에 와서 자기 몸을 만지고 있기에 모르는 체하고
가만히 있었다. 이 기생도 평소에 감사가 자기를 좋아하면서도
성품이 옹졸해 수청 들라는 말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
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어떻게 하는지 살피려고 가만히 있은
것이었다.
감사가 한참을 망설이다가 가만히 기생의 몸 위에 엎드리기
에, 이 때 기생도 두 팔을 벌려 감사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이에
감사가 놀라면서 엉겁결에 말했다.
"얘야, 너 왜 이러나? 지금까지 자지 않고 있었나 보구나?"
"예, 사또 어른. 지금부터는 소녀의 이끌음에 따르소서."
기생은 곧 일어나 감사의 손을 잡고 감사가 거처하는 침실로
건너갔다. 그리고 기생은 자기가 먼저 옷을 벗고 감사의 옷
을 벗기면서 말했다.
"사또 어른께서는 왜 그다지도 겁을 내십니까? 소녀를 좋아
하면서도 그렇게 오랫동안 소녀를 부르지 못하셨으니 참 딱하십
니다. 본래 사또는 누구든 기생을 수청 들게 하여 밤마다 안고
놀게 되어 있지 않습니까? 무엇 때문에 그다지도 지나치게 두려
워하십니까? 사또 어른, 마음을 놓으시고 소녀 몸을 가지소서."
기생이 옷을 다 벗긴 다음 능란하게 유도하여 일을 치르게 하
니 감사는 자꾸 몸을 움추리면서,
"얘야, 이러다가 사람들이 알면 어떻게 하느냐? 좀 조용히 소
리 안나게 해야지."
하고 계속 겁을 내며 몸놀림을 적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래서 기생은 감사를 안심시키려고 껴안으며 말했다.
"사또 어른, 이 밤중에 누가 본다고 겁을 내십니까? 그리고
소녀가 단단히 단속하여 아무도 모르게 해드리겠습니다. 안심하
고 즐기소서."
이와 같이 안심시키고 기생은 모든 기능을 발휘해 매우 혼란
스럽고도 강렬하게 이끌어 감사의 정감을 휘어잡으니, 감사는
오래 참았던 감흥이 폭발하면서 전신의 뼈마디가 절여 오는 듯,
꼭대기에 올라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일이 끝나고 감사는 새벽에 기생을 내보내면서,
"얘야, 제발 소문나지 않게 잘 부탁한다."
하고 몇 번을 당부했다. 기생은 감사와 단단히 약속하고 나와서
는, 잠자고 있는 기생들을 두들겨 깨웠다.
"다들 웬 잠을 이렇게 늦게까지 자? 남은 밤새 감사를 모신
줄도 모르고 잠만 자고 있어? 이 못난 것들."
기생들이 잠을 깨어 정말이냐고 물으면서 한바탕 웃었다. 그
래서 이날로 소문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후 감사는 밤마다 그 기생과 만나 애정 향연을 벌이면서도
사람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기
생도 전혀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하면서 감사를 속이니, 감사는 기
분이 좋아 기생을 안고 이렇게 말했다.
"내 너에게 선물을 주고 싶은데 사람들에게 발각될 것이 두
려워 못 주니 이해하기 바란다."
이에 기생이 사랑해 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다고 대답하며
아양을 떠니, 감사는 너무나 좋아했다.
어느덧 강 감사가 임기를 마치고 돌아가는 날 밤 기생에게,
"내 아무리 찿아봐도 너에게 줄 좋은 선물이 없으니, 내가 쓰
던 이 붓과 반으로 부러진 먹 조각을 가지도록 해라."
하면서 쓰던 붓과 먹 토막을 주었다.
기생은 고맙다고 인사한 후 밖으로 나와 이렇게 자랑했다.
"이것 봐요. 3년 동안 감사를 모신 정표가 이 몽당붓과 부러
진 먹 한 토막뿐이라오."
이를 본 기생들이 모두 손뼉을 치면서 웃었다.
이렇게 해서 강 감사가 서울 집에 도착하기 전에 벌써 이 소
문은 서울까지 널리 퍼졌다.
친구들이 서울에 올라온 강백년을 찿아와 놀리느라고,
"이 사람아, 기생에게는 몽당붓과 먹 토막이라도 주고 오면
서 우리에게는 왜 그 유명한 해주 먹을 좀 주지 않는가?"
라고 말하며 웃으니, 강백년은 기생이란 말에 당황해하면서 놀
라 눈이 둥그래졌다.
"아니? 내가 기생에게 먹을 준 사실을 자네들이 어떻게 알
지? 아무도 모르게 하라고 했는데.....그러면 소문이 다 났단
말인가? 그럴 리가 없는데....,"
이 말에 친구들이 오래 전부터 그 기생이 소문을 내어 다 안다
고 말하며 크게 웃으니, 강백년은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라했다.
<조선 중기>
[옛 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 김현룡 지음]
......^^백두대간^^........白頭大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