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고전유머]2-17화 기생에게 속은 두 남자

eorks 2007. 3. 18. 08:25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2부 화류춘몽, 그 웃음과 눈물

(제2-17화)기생에게 속은 두 남자
    양씨 선비는 남원에 살았는데, 집이 매우 넉넉했으며 성격이 소탈하여 풍류를 즐겼다. 사람들이 관서 지방에 가면 좋은 기생 을 많이 만날 수 있다고 하기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을 갖 고 있던 차에, 마침 친척 한 사람이 정주(定州) 목사가 되어 가니 양씨는 많은 돈을 가지고 목사를 따라 함게 갔다. 양씨는 정주에 가서 목사가 주선해 주는 관부 안 외진 곳에 숙소를 정하고 있으면서, 목사에게 좋은 기생을 하나 붙여 달라 고 부탁했다. 목사는 부임하여 업무를 정리한 후 정주에서도 제 일 이름이 나 있는 기생을 가려 양씨에게 소개해 주었다. 양씨는 돈이 많아서 남원에 있을 때에도 기생과 여러 번 어울 려 잠자리를 해보았기 때문에, 기생과의 잠자리는 훈련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정주의 이름 있는 기생을 만나 잠자리를 해보 니 여러 가지 기능면에서 다른 기생과 분명히 달랐다. 그리고 기생도 양씨의 잠자리하는 힘을 칭찬하면서, 많은 남 자를 접해 보았지만 이렇게 힘이 좋은 남자는 처음이라고 말하 며, 다시는 다른 남자를 접하지 않겠다고 맹서까지 하는 것이었 다. 그래서 양씨는 그 기생에게 혹하여 3년 동안 함게 살면서 가 지고 간 돈을 모두 다 그 기생에게 주었다. 그리고 정주 목사의 임기가 끝나 돌아가게 되니, 양씨도 귀향 길에 올랐다. 울면서 기생과 작별한 양씨는 나귀를 타고 초라한 차림으로 정주를 떠나오는데, 기생의 남동생이 멀리까지 따라오 면서 슬퍼하기에 고마워서 선물을 주려고 찾아보니 마땅한 것이 없어 신고 있던 가죽신을 벗어 주고 작별했다. 양씨가 한 보름 동안 종도 없이 혼자 길을 와서, 냇가에 이르 러 나귀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이 때 한 상인 역시 냇가에서 점심을 먹으며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것이었다. "아. 무슨 슬픈 일이 있으신 게로구먼요. 집안에 상을 당했다 는 부고라도 받은 모양입니다. 얼마나 슬프십니까?" 양씨는 이렇게 위로하고는, "사실 나에게도 매우 슬픈 일이 있어서 며칠 동안 줄곧 눈물 을 흘리면서 왔습니다. 피차 슬픈 사정이 있는 사람끼리 그 사연 을 이야기하면서 위로하기로 합시다. 내가 먼저 사정 이야기를 해드리지요." 라고 말하며, 양씨 자신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정주에서 한 기생을 사귀어 3년 동안 살면서 그 기생을 너무나 사랑했고, 기생 또한 나를 사랑해 깊은 정이 들었습니 다. 그랬는데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어 기생과 슬픈 이별을 하고 오는 길이라 이와 같이 맥이 풀려 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서 상인의 슬픈 사연을 들어 보자고 하 니, 상인도 눈물을 거두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장사를 하기 위해 나 역시 정주에 갔습니다. 마침 아름다 운 기생을 하나 만나 장사한 돈을 많이 주고 3년 남짓 지내는 동 안, 기생과 깊은 정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기생은 나의 잠자리하 는 힘을 칭찬하면서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기 생은 목사의 친척이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자유롭게 나오지 못 하고, 매일 낮에 세 차례씩 모친을 만난다는 핑계로 밖에 나와서 나를 만나 잠자리를 했는데, 기생은 나와 함게 하루 종일 지내지 못하는 것을 한탄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집을 떠난 지 너무 오래 되어 부모 처자가 걱정되어서 그만 떠나왔습니다. 그래 그 기생 을 잊지 못해 슬피 우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다시 눈물을 비오듯 쏟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사정이 같다고 하면서 붙잡고 울다가, 해가 져 땅거미가 깔릴 무렵에 양씨가 울음을 멈추고는 그 상인에게 물었다. "아 참, 그런데 그 사랑한 기생 이름이 무엇이었소?" 이 물음에 상인이 기생 이름을 말하는데, 들어 보니 바로 양 씨 자신이 사랑했던 그 기생이었다. 양씨는 어이가 없어서, 붙잡고 있던 손을 놓고 아무 말 없 이 떨치고 일어나 돌아서서 나귀를 타고 부지런히 길을 재촉 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이후로 기생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조선 중기> [옛 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 김현룡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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