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억(金億)님의 詩
1.<봄은 간다>
밤이로다.
봄이다.
밤만도 애달픈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 운다.
검은 내 떠돈다.
종소리 빗긴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 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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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삼수갑산(三水甲山)
삼수갑산 가고지고
삼수갑산 어디메냐
아하 산 첩첩에 흰구름만 쌔고쌨네.
삼수갑산 보고지고
삼수갑산 아득코나
아하 촉도난이 이보다야 더할소냐
삼수갑산 어디메냐
삼수갑산 내못가네
아하 새더라면 날아날아 가련만도.
삼수갑산 가고지고
삼수갑산 보고지고
아하 원수로다 외론꿈만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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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오다가다>
오다 가다 길에서
만난 이라고
그저 보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뒷산은 청청(靑靑)
풀 잎사기 푸르고
앞바단 중중(重重)
흰 거품 밀려 든다.
산새는 죄죄
제 흥을 노래하고
바다엔 흰 돛
옛 길을 찾노란다.
자다 깨다 꿈에서
만난 이라고
그만 잊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십리 포구 산 너먼
그대 사는 곳
송이송이 살구꽃
바람과 논다.
수로(水路) 천리 먼먼 길
왜 온 줄 아나.
예전 놀던 그대를
못 잊어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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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억 : (金億,1893~?) 호는 안서(岸曙) 평안북도 곽산에서 출생.
1910년대 중엽부터 동경 유학생 기관지 <학지광>에 시를
발표하기 시작. 프랑스 상징파 시를 소개하고 최초의 번
역시집 <오뇌의 무도> 와 최초의 개인 창작시집 <해파리
의 노래>(1923)를 내는 등 근대시의 형성에 기여하였다.
이후 민요조 서정시로 경사하였으며, 제자 김소월 에게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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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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