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순(吳相淳)님의 詩
1.-방랑(放浪)의 마음-
1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ㅡ
오ㅡ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ㅡ
나의 혼(魂)…….
바다 없는 곳에서
바다를 연모(戀慕)하는 나머지에
눈을 감고 마음 속에
바다를 그려 보다
가만히 앉아서 때를 잃고ㅡ
옛 성(城) 위에 발돋움하고
들 너머 산 너머 보이는 듯 마는 듯
어릿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다
해 지는 줄도 모르고ㅡ
바다를 마음에 불러 일으켜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매
깊은 바닷소리
나의 피의 조류(潮流)를 통하여 우도다.
망망(茫茫)한 푸른 해원(海原)ㅡ
마음 눈에 펴서 열리는 때에
안개 같은 바다와 향기
코에 서리도다.
2
나그네의 마음ㅡ
오ㅡ 영원한 방랑(放浪)에의
나그네의 마음ㅡ
방랑의 품속에
깃들인 나의 마음ㅡ
나는 우다
모든 것이 다 있는 그 세계(世界) 보고
나는 우다
모든 것이 다 없는 그 세계 보고
나는 우다
한(恨)있는 그 세계 보고
나는 우다
유(有)와 무(無)가 교차(交叉)하여 돌아가는 그 세계보고
나는 우다
생(生)과 사(死)가 서로 스쳐 지나가는 그 세계보고
나는 우다
나의 육(肉)의 발이 밑없는 세계에 다을 때
나는 우다
나의 영(靈)의 발이 밑없는 세계에 스쳐 헤매일 때
나는 우다
오ㅡ 밑없고도 알 수 없는 울음
나는 우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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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순 : (吳相淳,1894~1963). 서울 출생. 호는 공초(空超). 일본
도지샤대학 철학과졸업. 1920년 김억.남궁벽 등과 <폐허>
를 창간하고 동인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폐허> 창간호에 폐허파의 문학선언이라고 할 수 있는
<시대고와 그 희생>을 발표하고, 제2호에는 평론<종교와
예술>과 <힘의 숭배>외 열일곱 편의 시를 발표하는 등
<폐허>를 주도했다.
일생을 독신으로 지내면서 방랑을 거듭하고 한때는 참선에
몰두하기도 하는 등 특이한 생애를 살았다.
그의 시세계는 대체로 관념적인 성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그의 시는 남궁벽의 시와 더불어 근대시사 초창기에 관념적
영역을 개척한 문학사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
시집으로는 <공초 오상순 시집>(1963)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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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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