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

김남조(金南祚)님의 詩

eorks 2007. 5. 1. 08:04

김남조(金南祚)님의

      1. <겨울 바다>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海風)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虛無)의 불 물 이랑 위에 불 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 2.<너를 위하여> 나의 밤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을 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祝願).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 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오직 너를 위하여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기쁨이 있단다. 나의 사람아. ------------------------------- 3. -정념(情念)의 기(旗)-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 없는 것 모양 걸려 왔더니라. 스스로의 혼란과 열기를 이기지 못해 눈 오는 네거리에 나서면 눈길 위에 연기처럼 덮여 오는 편안한 그늘이여, 마음의 기(旗)는 눈의 음악이나 듣고 있는가. 나에게 원이 있다면 뉘우침 없는 일몰(日沒)이 고요히 꽃잎인 양 쌓여가는 그 일이란다. 황제의 항서(降書)와도 같은 무거운 비애(悲哀)가 맑게 가라앉는 하얀 모랫벌 같은 마음씨의 벗은 없을까.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서 때로 울고 때로 기도 드린다. ------------------------------------- 4.<바람> 바람 부네 바람 가는 데 세상 끝까지 바람 따라 나도 갈래 햇빛이야 청과(靑果) 연한 과육(果肉)에 수태(受胎)를 시키지만 바람은 과원(果園) 변두리나 슬슬 돌며 외로운 휘파람이나마 될 지 말지 하는 걸 이 세상 담길 곳 없는 이는 전생이 바람이었던 게야 바람의 의관(衣冠)쓰고 나들이 온 게지 바람이 좋아 바람끼리 훠이훠이 가는 게 좋아 헤어져도 먼저 가 기다리는 게 제일 좋아 바람 불면 바람따라 나도 갈래 바람 가는 데 멀리멀리 가서 바람의 색시나 될래 --------------------------------
    김남조 : (金南祚, 1927~ ).대구 출생. 서울대학교 사범대 국어 교육과졸업. 1951년 첫 시집<목숨>을 간행하면서 본격적인 시작 활동을 했다. 카톨릭적 갈망과 기원의 시를 썼다. 시집으로는 <목숨>(1953), <나아드의 향유>(1955), <나무와 바람>(1958), <정념의 기>(1960), <풍림의 음악>(1963), <겨울바다>(1967), <설일>(1971), <사랑의 초서>(1974), <동행>(1980), <빛과 고요>(1983) 등이 있다. ------------------------------------------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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