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

이수익님의 詩

eorks 2007. 4. 29. 21:50

이수익님의

      1.<우울한 샹송>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되어 젖어있는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울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담은 편지위에 애정의 핀을 꽃고 돌아들 간다. 그때 그들 머리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질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door)를 노크하면 그때나는 어떤 미소를 띄어 돌아온 사랑을 맞이할까? ----------------------------------------- 2.<가을 언덕> 마른 언덕에 불을 지른다. 울고 싶은 가을날에 불을 지른다. 님은 가고 풀은 시들어 언덕이 서러워 불을 지른다. 바람에 날리어라 이 불길은 내 회오(悔悟)의 눈물자국 마를 때 까지 타거라 소리없이 마른 풀잎은 내 사랑도 그렇게 가버렸으니 마른 언덕에 불을 지른다. 울고 싶은 가을날에 불을 지른다. 타고 나면 아아 그때서야 맑게 개일 나의 영혼 그리고 우리들의 결별(訣別). -------------------------------------- 3.< 말 > 말이 죽었다. 간밤에 검고 슬픈 두 눈을 감아 버리고 노동의 뼈를 쓰러뜨리고 들리지 않는 엠마누엘의 성가(聖歌) 곁으로 조용히 그의 생애를 운반해 갔다. 오늘 아침에는 비가 내린다, 그를 덮은 아마포(亞麻布) 위에 하늘에는 슬픈 전별(餞別)이. ----------------------------------
    이수익 : (1942 ~ ), 경남 함안 출생, 서울대 사범대 영문과 졸업 1963 <<서울신문>>에 시 <고별>, <편지>가 당선되어 등단, 1980 부산시 문화상, 1988 대한민국문학상 수상 시집 <우울한 샹송>1969, <야간열차(夜間列車)>1978, <슬픔의 핵(核)>1983, <단순한 기쁨>1986, <그리고 너를 위하여>1988 등 ------------------------------------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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