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

유진오(兪鎭五)님의 詩

eorks 2007. 4. 29. 07:42

유진오兪鎭五)님의

        1.<향수> 금시에 깨어질듯 창창한 하늘과 별이 따로 도는 밤 엄마여 당신의 가슴 우에 서리가 나립니다 세상메기 젖먹이 말썽만 부리던 막내놈 어리다면 차라리 성가시나마 옆에 앉고 보련만 아! 밤이 부스러지고 총소리 엔진소리 어지러우면 파도처럼 철렁 소금 먹은듯 저려오는 당신의 가슴 이 녀석이 어느 곳 서릿 길 살어름짱에 쓰러지느냐 엄마여 무서리 하얗게 풀잎처럼 가슴에 어리는 나의 밤에 당신의 옷고름 히살짓던 나의 사랑이 지열(地熱)과 함께 으지직 또 하나의 어둠을 바위처럼 무너뜨립니다 손톱 밑 갈갈이 까실까실한 당신의 손 창자 속에 지니고 엄마여 이 녀석은 훌훌 뛰면서 이빨이 사뭇 칼날보다 날카로워 갑니다 ------------------------- 2.<불길> 그리운 사람이 있음으로 해 더 한층 쓸쓸해지는 가을밤인가 보다 내사 퍽이나 무뚝뚝한 사나이 그러나 마음 속 숨은 불길이 사뭇 치밀려오면 하늘도 땅도 불꽃에 싸인다 아마 이 불길이 너를 태우리라 이 불길로 해 나는 쓸쓸하고 안타까운 밤은 숨막힐 듯 기인가 보다 불길이 스러진 뒤엔 재만 남을 뿐이라고 유식한 사람들은 말하더라만 더러운 돼지 구융같이 더러운 것 징글맞게 미운 것들을 모조리 집어 삼키는 불길! 이것은 승리가 아니고 무엇이냐 나는 일찍이 이렇게 신명나는 그리고 아름다운 불길을 사랑한다 낡은 도덕(道德)이나 점잖은 이성(理性)은 가르친다 그것은 너무나 두렵고 위험(危險)하지 않느냐고 어리석은 사람아 싸늘한 이성 뒤에 숨은 네 거짓과 비겁을 허물치 말까 보냐 네가 생각지도 못한 꿈조차 꿀 수 없던 그런 것이 젊은이 가슴에 손에 담겨서 그득히 앞으로만 향해 간다 외곬으로 타는 마음이 있어 괴로운 밤 나의 사랑 나의 자랑아 나는 불길에 싸여버린다 -----------------------------
    유진오 : (兪鎭五 ? ~1949 ) 1946 합동시집 <전위시인집> 간행 1946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 1949 문화공작대 사건으로 사형 시집 <창(窓)> ----------------------------------------------------------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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