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 황희 정승의 처세
세종대왕 때, 황희 정승에게 하루는 하인이 들어와
"대감님, 제가 이러저러해서 말다툼을 했습니다. 이것은
저의 잘못이 아니지요?"라고 묻자 "응 그래 자네 말이 옳으
네."하고 대답하였다.
그런데 잠시 후에 또 다른 하인이 들어와서 "대감님, 그게
아니구요, 그 사람이 이러저러해서 다투었습니다. 저의 잘못
이 아니지요?"하고 말했다.
그런데 황희 정승은 이번에도 또 "응 그래, 자네 말도 옳으
네."하고 그 하인을 내 보냈다.
이 광경을 처음부터 다 보고 있던 황희 정승의 부인이
"아니, 대감은 두 사람의 잘 잘못을 분명하게 잘 가려 주시
지 않고 어째서 이 사람 말도 옳다, 저 사람 말도 옳다고 하시
는 지요?"하고 말하자, 황희 정승은 이번에도 또 "응, 듣고 보
니 부인의 말도 옳구료."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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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아! 요즘 대학도 학과제니 학부제니 하면서 오죽 말이
많고 복잡하냐. 그저 이런 때는 이 교수 말도 옳고
저 교수 말도 옳다고 하면서 두루뭉실하게 지내는
게 가장 화목해지는 비결이더라. 황희 정승 생각이
절로 나는 시절이다. 특히 너희가 결혼해서 살 때
마누라가 뭐라고 하던 장모님이 뭐라고하던 그저
그러려니 하고 두루뭉실하게 처세를 하여라.
그 길만이 가정의 평화를 가져올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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