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때 고종은 사석선생의 예언대로 임금이 되자.
그에 감동하여 전국에 있는 유명하다는 예언가, 대 철학가, 도사 등을
불러모아 자신과 같은 생년 생월 생시, 즉 사주팔자가 똑같은 사람을
찾아 오라 했다.
그 결과 오지 촌락에서 농사를 지으며 산다는 이길몽(李吉夢)이란 사
람이 고종 앞에 서게 됐다.
고종은 이길몽의 위아래를 몇 번이나 훑어보고서는 묻기를,
"그대는 나와 사주팔자가 같은데 그래,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고?" 하고 묻자,
이길몽은,
"예, 상감마마. 소인 놈은 산간벽촌에서 벌 열세 통을 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고종은 무엇인가 수긍이 가는지 고개를 끄덕대며 다시 물었다.
"그러면 건강은 어떻게 유지하느냐?"고 하자 이길몽은,
"예, 상감마마. 소인이 살고 있는 곳은 산수(山水)가 수려하고 주위에
병풍처럼 둘러쳐 있는 열세개의 산봉우리가 있어 맑은 공기가 충만하
여 이렇게 건강하옵니다." 라며 은근히 과시했다.
고종은 웃음을 지으며,
"과연 운명이란 묘한 거구나. 나는 한 나라의 임금으로서 열세 성
(十三省)을 다스리고, 열세명이나 되는 제후(諸候)를 거느리고 있는
데 그대는 벌을 열세통이나 기르고 있다니 같은 처지로구나." 하고 파
안대소를 했다.
이길몽은 송구하다는 듯이,
"상감마마, 그것은 당치 않습니다. 일국(一國)의 국왕과 벌 열세통을
어떻게 비유할 수 있단 말씀이옵니까?"
고종은 이길몽에게 이렇게 그 연유를 설명했다.
"본시 천칙(天則)으로 한 나라에 두 임금이 있을 수가 없으므로 그대
가 벌 열세 통을 기르는 것은 내가 열 셋이란 성역(城域)을 통솔하는
것과 같은데, 그 이치는 벌통마다 그 안에 많은 벌을 거느린 여왕(女
王)벌이 있어 결국 열 셋이나 되는 산봉우리에서 벌들이 날아다니며
꿀을 만들어내고 있다니 그대는 오히려 나보다도 더 마음이 편안한
천자가 아니겠오?"
고종의 이와 같은 설명을 듣고 있던 이길몽은,
"과연, 그러하옵니다. 크고 작은 범위는 있지만 다 같이 십삼성(十三
省) 십삼제후(十三諸候)를 거느린 상감마마나 벌 열세통과 여왕벌 열
셋을 거느린 것은 똑같습니다." 라고 인정했다.
고종은 이길몽을 돌려보내고 신하들을 불러,
"인간에게는 반드시 보이지 않는 운명(運命)이란 것이 존재하느니,
그런데도 세상에는 간혹 미신(迷信)이라고 일축해 버리는 사람이 있
지만 그것은 역리(易理)의 근본 뜻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소치이
오." 라며 운명에 관한 열변을 토했다 한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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