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때 태조(太祖)도 자신의 생년. 월. 일. 시 등이 똑같은 사람을
찾아오라고 어명을 내린 일이 있었다. 어명이 내린 지, 한 달이 다 되
어갈 무렵 신하의 안내로 명 태조 앞에 보기에도 흉칙한 거지 한 사람
이 악취를 풍기며 무릎을 꿇고 앉았다. 거지는 얼마나 세수를 하지 않
았는지, 때 국물이 줄줄 흐르는 시커먼 얼굴에 입에서는 지독한 냄새
가 풍겼다.
태조는 그 거지에게,
"거지 생활을 몇 년이나 했느냐?"고 묻자, 이제 겨우 한 이십 년이 되
옵니다."
거지로써의 대단한 경력을 과시하듯 대답했다. 그래서 태조는 거지에
게 다시,
"나는 임금의 몸이 돼 그 이름이 사방 곳곳에 났는데 너는 어찌하여
거지가 되었는고? 너와 나는 똑같은 생년월일시에 태어났으므로 소위
사주팔자가 같은데 왜 이렇게 다른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있느냐?" 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 거지는,
"예, 상감마마. 어차피 인간의 삶은 꿈과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소인
은 밤마다 꿈속에서나마 천자(天子)가 돼 많은 신하들과 그리고 천하
의 미인들을 후궁으로 두고 호의호식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
상사람들은 나를 보고, "거지, 거지, 미친놈"이라고 비웃지만 나만의
천국, 나만의 세계에서 그 어느 누구도 맛볼 수 없는 글자 그대로의
기상천외(奇想天外)한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그러하오니 상감마마
께서 고귀한 천자가 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나 꿈속에서 천하를 다
스리는 소인이나 뭐가 다를 바가 있겠습니까?" 하며 스스로의 판단을
자랑스럽게 펼쳐놓았다.
태조는 거지의 말을 듣고 파안대소(破顔大笑)하며,
"세상에는 운명이 있다 없다 하여 다툼이 있더니 운명 있음은 역시
거역할 수 없는 하늘의 이치로구나. 양기(陽氣)가 강한 때는 낮으로
인간들이 주로 활동하는 양계(陽界)에는 내가 천자가 되지만 귀신들
이 주로 활동하는 음계(陰界)에는 그대가 천자가 되느니 이는 인간의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렸다."
태조는 자신의 처지와 걸인의 처지가 같은 생년, 생월, 생일, 생시에
서 비롯된 까닭임을 실감하고는, 그 거지에게 집과 노비를 하사했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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