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부가 말싸움을 하다가 분을 못이긴 남편이 아내의 머리
채를 잡아끌며 심한 매질을 하게 되었다. 그런 일을 처음으로 당
하는 아내는 너무나 분하고 원통해서 흐느껴 울며,
`내가 다시 이놈하고 살면 개 같은 년이다. 어디 두고 보아라.
내일 날 밝는 대로 시집올 때 가져 온 장롱과 세간을 전부 싣고
당장 친정으로 돌아가리라.`
하고 마음먹었다.
남편은 남편 대로 아무리 기다려도 아내가 밥 지을 생각은 않
고 부뚜막에 나자빠져 울고만 있으니 미운 마음이 더욱 들었다.
"밥을 안 하겠거든 말아라."
남편은 입을 꼭 다물고 방 윗목에 누워 잠을 청했다. 한참 잘
자고 난 뒤에 문득 눈을 떠 보니 아내는 그 때까지도 잠을 못 이
루고 간간이 흐느끼면서 누워 있는 것이 아닌가.
그 꼴을 본 남편은 문득 불쌍하고 가엾다는 생각이 일어나며
슬그머니 욕심이 동했다.
`그까짓 일을 가지고 내가 너무 지나쳤었나 보다.`
남편은 자신을 책하며 아내에게 의사를 전할 궁리를 했다.
"잘못하면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가 있지……"
남편은 짐짓 자는 척하며 몸을 뒤척이다가 한 팔을 들어 아내
의 가슴 위에 올려놓아 보았다. 예상했던 대로 여인은 단호히 그
손을 뿌리치며
"이 손은 나를 때린 손인데 어떻게 감히 나를 가까이할 수가
있소."
하고 내뱉았다. 남편은 얼마 동안 기다렸다가 이번에는 다시 한
다리를 들어 아내의 엉덩이 위에 올려놓아 보았다.
그랬더니 이번에도
"이 발은 나를 찼던 발이니 어찌 또한 가까이할 수 있겠소."
하며 다리를 집어 던졌다.
이에 남편은 웃음지으며,
`에라 어디 이번에는……`
하며 남자의 신(腎)으로 아내의 배꼽과 그 아래 언덕을 문질렀다.
그러자 아내가 두 손으로 남편의 물건을 어루만지며
"너야말로 나의 선량한 친구……손발이야 나를 해치지만 너야
나를 달리 어찌하겠느냐."
하고 중얼거렸다.
두 사람은 깊은 운우의 정을 나눈 뒤 후 달디단 원앙 잠 속으
로 빠져 버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새벽 닭 우는 소리에 문득 잠이 깬 아내, 온
몸에 춘정이 뻗쳐 올라 참을 길이 없었기에 남편의 행동을 기다
리는 마음이 간절했으나 사내는 아까 힘을 너무 탕진하였는지 아
내의 마음을 모른 체했다.
참다 못한 아내,
"여보 당신이 이 벽 쪽으로 누워 보세요."
하고 말하자 벽창호 같은 사내는 나내의 배 위를 타고 넘어 벽
쪽으로 가서 누웠을 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아
내가 다시
"역시 불편하군요. 다시 이쪽으로 와서 주무세요."
하고 말했다. 그랬더니 사내는 또다시 배를 타고 넘어가 자리를
옮길 뿐, 끝내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아내가 그만 울음을 터뜨리면서
"아무리 애를 써도 내 심정을 알아 주질 않는군요."
하고 말하자 사내는 당황하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아내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대답했다.
"당신은 정말로 너무하세요. 제 문전을 두 번씩이나 지나면서
도 안에 들어가 볼 생각을 안 하시니 당신은 어찌 제 심정을 이
다지도 몰라 주신단 말씀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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