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곳에 의좋은 젊은 부부가 조그마한 어물가게를 내고 정답
게 살았다. 키기 크고 가슴이 떡 벌어진 사내는 혼자서 무거운
짐을 져 나를 수 있었으며 밥도 남보다 두 배는 더 먹을 수 있었
으니, 남녀간의 일에 대해서도 또한 매우 정력적이었다.
사내는 욕심이 동하기만 하면 사람이 있건 없건 가릴 것 없이
자기의 처를 좁은 방으로 끌고 들어가곤 했다.
남편이 그러한지라 아내는 사람들이 알까 봐 언제나 조바심이
났다.
어느 날 아내는 한 가지 방안을 생각하여 남편에게 말했다.
"만약 사람이 있을 때면 나에게 `한잔 마시겠다`고 말씀하세요.
그러면 그 말을 신호로 삼아 내가 틀림없이 공방으로 들어갈 테
니 당신이 곧 내 뒤를 따라 들어오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우리가
술을 한잔 마시는 줄로만 알겠지요."
"허, 듣고 보니 그거 아주 묘안인 걸. 그렇게 하지."
그 후 `한잔 마시겠다`라는 말을 신호로 삼아 별다른 탈 없이
그 재미를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 한낮에 장인이 닭을 두마리 가지고 딸네 집에
다니러 왔다. 딸이 반갑게 아비를 맞아 마악 옷을 받아 걸려는데
마침 밖에 나갔던 사위 녀석이 돌아왔다.
"장인 어른 오셨습니까."
"음, 그래 그 동안 별일 없었나? 요새 장사 재미는 어떤가?"
"예, 그럭저럭 잘 돼 갑니다."
그렇게 대답한 사위 녀석이 갑자기 자기 처에게
"한 잔 하는 게 어떤가?"
하고 말하기에 처는 아비가 알 세라 얼른 늘 그랬던 것처럼 좁은
방으로 들어갔다.
한편 장인 어른은 딸이 술상을 내오겠거니 하며 기다리고 있었
는데, 사위 놈이 뒤를 따라 들어가더니만, 잠시 후에 나오는데 보
니 두 연놈들의 얼굴이 다 붉게 달아있는 것이 아닌가.
장인은 노하여 그 자리에서 당장 옷자락을 떨치고 일어나 집으
로 돌아갔다. 그리고 자기 마누라에게 큰 소리로 단단히 일렀다.
"딸을 기르느니 차라리 짐승을 기르는 게 낫겟소. 당신도 지금
이후부터는 절대로 딸네 집에 가지 마오."
"아니 무슨 일이 있었소?"
"아, 글쎄 내가 술을 좋아하는 것은 그년도 익히 아는 바가 아
니었소? 그런데 글쎄 그 연놈들이 술을 좁은 방에 담가 놓고는
저희들끼리 마시면서 나한테는 한 잔도 권하지 않으니 천하에 이
처럼 인정 없는 딸 자식이 또 어디 있겠소? 절대로 그년 집에 발
을 들여놓지 마시오."
남편의 노함이 이만저만이 아님을 안 장모는 남편이 없는 틈을
타서 딸네 집으로 찾아갔다.
"얘 어찌 된 일이냐? 너희 아버지가 노발대발하심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네가 어찌 그럴 수 있었단 말이냐?"
"무슨 말씀이세요? 무슨 연고로 아버지가 그렇게 노하셨나요?"
"언젠가 너의 아버지가 오셨을 때 너희들 내외가 골방에 들어
가서 너희들끼리만 술을 마시고 아버지께는 한잔 술도 권하지 않
다고 하시던데 그게 사실이냐?"
"아 그 일이라면 제가 사실을 말씀드리오리다. 실은 일이 여차
여차하여 그런 것이지 실제로는 없어요. 술이 있었다면 어떻게
아버지께 올리지 않았겠어요. 부디 어머니가 이 일을 아버님께
잘 말씀드려 노여워하심을 푸시도록 해 주세요."
이에 장모가 집에 돌아가 장인에게
"내 오늘 딸네 집에 갔다 왔소."
하니 노인은 분노를 참지 못하며 소리쳤다.
"내가 일찍이 딸네 집에 발을 들여놓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
거늘 어찌하여 나의 말을 어기었소?"
"진정하고 내 말을 들어 봐요."
하고 그 연유를 말했더니 장인 양반은 비로소 껄껄 웃으며 말했
다.
"그것 참, 사정이 그런 줄을 내가 어찌 알았겠소? 허허 그 방
법이 아주 절묘한 데가 있으니 나도 한 잔 마실까?"
"좋고말고요."
그리하여 늙은 부부가 술상을 차려 놓고 마주 않았다. 영감이
먼저 한 잔 술을 쭉 마시니 노파가 술병을 잡으며 물었다.
"한 잔 더 하시겠소?"
"아니 그만, 그만, 늙은이라서 한 잔 술에도 많이 취하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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