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현숙하고 아름다운 조강지처를 두었다 해도 축첩 재미
란 별난 모양인지 김 초시에게도 여문 앵두 같은 첩이 하나 있었
다.
그런데 그의 아내는 투기가 심하기로 유명하여 처첩 간의 불화
가 끊일 날이 없었다. 살림이 넉넉하면 따로 살림을 내어 그 정
도를 덜 수가 있겠으나 그럴 처지도 못되고 보니 김 초시는 두
여인이 코를 맞대고 앉아 견원지간(犬猿之間)으로 아웅다웅하는
꼴을 그대로 보는 수밖에 없었다.
"저년은 도대체 무슨 재주를 가졌길래 여우처럼 사내를 홀려
맥을 못 추게 만드나."
아무래도 젊은 첩이 귀여워 김 초시가 쓰다듬어 줄라치면 쌍심
지를 세워 욕을 하며 둘 사이를 밀치고 끼어앉는 마누라였다.
그러면 또 첩은 첩대로 보라는 듯이 마누라의 눈 앞에서 김 초
시에게 온갖 아양을 다 떨었다. 그러므로 이들의 싸움은 그치질
않았다.
어느 날 김 초시가 외출했다가 돌아와 보니 마누라와 첩이 무
시무시한 육박전을 벌이고 있었다. 참으로 민망한 꼴이었으나 두
여인의 기세가 생사라도 걸린 것처럼 대단했기에 누구도 말릴 엄
두를 내지 못하며 구경들만 하고 있었다.
김 초시는 기가 막혔으나 모든 것이 다 자기로 인해 빚어진 싸
움이니만큼 누구를 편들어 거들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단지 물
고 있던 긴 장죽으로 놋쇠 재털이가 깨어져라 하고 두들겨 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두 여인은 그 소리도 들리지 않는지 더욱더 기를 세워
싸우는 것이었다. 그 모양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대로 두었다간
아무래도 나이 어린 첩이 맞아 죽을 것 같아, 김 초시는 다짜고
짜로 댓돌로 내려서며 첩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보자보자하니 네년의 소행이 아주 괘씸하기 짝이 없구나. 제
분수도 모르고 감히 본댁에게 맞서느냐? 너 오늘 내 손에 죽어
봐라!"
하고 소리를 지르며 첩의 머리채를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오늘에야 저년이 죽는 꼴을 보겠구나, 에그 시원해라."
남편이 역성을 들어 주는 바람에 삽시간에 분기(憤氣)가 사라
진 마누라는 입이 함빡 벌어져 안방으로 돌아왔다.
`제년이 아무리 아양을 떨어도 영감이 나보다 절 더 사랑해 줄
줄 알았었나?"
마누라는 그처럼 자기에 대한 남편의 사랑에 자신감이 생기자,
남편에게 머리채를 휘감겨 끌려들어간 첩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은근히 들었다.
`양반이면 누구나 첩을 거느리기 마련인데 내가 너무 심했는지
도 모르겠군. 나야 어엿한 안방 정실이지만 첩살이하는 년 속은
얼마나 썩을라구. 내가 너무했어. 너무 때리지는 말라고 아까 일
러 놓을 걸.`
마누라는 그런 생각까지 할 정도로 마음이 풀렸다. 그래서 지
금도 매질을 하고 있을 남편에게 가서 정도껏 하고 그만 두라며
말릴 생각으로 첩의 방으로 갔다.
그런데 첩의 숨통이 벌써 끊어지기라도 했는지 큰 소란이 났을
줄 알았던 방의 주위는 조용하기만 한 것이 아닌가. 겁이 덜컥
난 마누라는 살금살금 다가가 방문에 귀를 대고 기척을 살폈다.
그런데 아직 숨은 남았는지 심상치 않은 신음 소리가 간간이 흘
러나오는 것이었다.
`이거 혹시 아주 반죽음이 된 건 아닐까?"
마누라는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알아 보고 싶었으나 제가 한
짓이 있는지라 감히 문을 열지 못하고 손에 침을 발라 문구멍을
뚫고 들여다보았다.
그랬더니 이게 웬일인가, 마누라는 억장이 막혀 숨이 끊어질
지경이 되고 말았다. 그 방 안에는 피멍이 든 첩이 넘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벌거벗은 남편과 첩이 함께 뒹굴고 있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핥고, 물어뜯기도 했는데, 김 초시가 네 발로 엉
금엉금 기어다니다가 짐승처럼 덮치려 하면 첩은 숨넘어가는 소
리를 내며 좋아하고 있는 것이었다.
문구멍으로 그 모양을 들여다보던 마누라는 저도 모르게 흥분
하여 씨근거리며
"에그 이 몹쓸 영감아, 그렇게 죽일 거라면 나를 먼저 죽이
지……"
하고 중얼거리며 몸을 비틀었다.
방 안에서는 더욱 뜨거운 숨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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