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믿을 수 없는 기생의 마음

eorks 2019. 4. 9. 01:14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2부 화류춘몽, 그 웃음과 눈물
[제2ㅡ5화]믿을 수 없는 기생의 마음
전목(全穆)이 충주에 가서 기생 금란(金蘭)을 사랑해 정이 깊 이 들었다. 전목은 충주를 떠나는 날 밤 기생의 배 위에 엎드려 속살을 맞대고는 다음과 같은 맹세를 했다.

"금란! 조심하여 다른 남자에게 몸을 허락하지 말아야지."

"예, 서방님, 소녀 비록 연약한 여자이나 저 월악산(月嶽山) 이 무너져도 서방님을 향한 일편단심은 결코 변치 않을 것입니 다. 염려 마시고 두고 보소서."

이렇게 서로 철석같이 맹세하고 이튼날 헤어졌다.

그런데 전목이 충주를 떠났다가 몇 달 후에 다시 그 기생을 찿아가니, 기생 금란은 이미 단월 역승(斷月驛丞: 단월역 책임 자)의 품에 안겨 있었다.

이 사실을 안 전목은 화가 나서, 얼마 전 이별할 때 척석같이 약속한 것을 왜 져버렸느냐고 추궁하는 내용의 시를 써서 금란 에게 보넸다.

들으니 네가 문득 단월역승 사랑하여,
깊은 밤에 역을 향해 분주하게 다닌다지,
어느 때 무서운 매 손에 잡고 달려가서,
월악산 무너짐 두고 맹세한 말 따지겠다.

몇 달 전 월악산이 무너져도 변치 않겠다고 귿게 맹세한 말을 환기시키면서 추궁하겠다는 뜻으로 쓴 시였다.

이에 금란은 다음과 같은 회답시를 지어 보냈는데, 금란이 시 를 지을 줄 모르므로, 선비 양여공(梁汝恭)이 전목의 위 시를 읽 고 대신 지어 준 것이다.

북쪽에 전목 당신이 있다면 남쪽에는 역승이 있지요
내 마음은 정처가 없는지라 구름같이 떠돈답니다.
만약에 내 맹세 때문에 월악산이 변한다고 한다면
저 월악신은 아마 지금까지 수도 없이 무너졌을게요
(北有全君南有丞 妾心無定似雲騰 若將盟誓山如變 月嶽于今幾度崩)

사람들은 이 시를 보고 기생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라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