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재물을 탐하는 기생 모란(牧丹)

eorks 2019. 4. 7. 00:33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2부 화류춘몽, 그 웃음과 눈물
[제2ㅡ3화]재물을 탐하는 기생 모란(牧丹)
이(李)씨 성을 가진 선비가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와 숙소를 정했는데, 마침 모란이란 기생이 그 집 근처에 살았다.

모란은 본래 평양 기생이었으나 얼굴이 예쁘고 재주가 뚜어 나 얼마 전에 서울로 뽑혀 올라왔으며, 이씨 선비는 부자인 처가 에서 조정 대신들에게 교섭하여 벼슬 자리를 얻어 많은 재물을 가지고 상경했다.

하루는 모란이 선비 집에 슬쩍 들러서 한 바퀴 둘러보고는,

"존귀한 분이 사시는 줄도 모르고 함부로 들러 실례가 많았 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요."
하고는 황급히 돌아나갔다. 모란은 선비가 많은 재물을 가지고 상경한 것을 눈치채고는 그 재물을 빼앗으려고 계책을 꾸민 것 이었다.

이튼날 저녁때, 모란은 좋은 음식과 술을 마련하여 가지고 선 비의 집으로 와서 이렇게 말했다.

"소첩은 남편이 멀리 변방 수비군으로 뽑혀 가 혼자 살고 있 는데, 보아하니 선비께서도 혼자 적적해하실 것 같아서 위로하 려고 이렇게 찿아왔습니다. 허물치 말아 주십시요."
이러면서 술을 부어 권하는 것이었다.

이씨 선비는 모란의 이러한 행동에 처음에는 좀 어색한 느낌 이 들었지만, 마주앉아 술잔을 몇 번 주고받은 다음에는 여인의 아름다운 얼굴에 차차 마음을 빼앗기기 시작했다.

밤이 깊어 가면서 모란은 더욱 색정적인 자태를 드러내며 요 염한 모습을 보였고, 이씨는 드디어 끓어오르는 열정을 참을 길 이 없어서 왈칵 달려들어 모란을 껴안아 무릎 위에 올려놓고 힘 껏 조이며 얼굴을 비벼 댔다.

"어르신,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제발 놓아주세요.....,"

남자의 마음을 휘어잡는 데는 완전히 도통한 모란이라, 이런 절호의 기회에 틈을 줄 리가 없었다. 이렇게 하면 남자가 정신을 잃게 되는지 잘 알고 있는 모란은, 곧 몸을 빼는 체하면서 더욱 밀착시켜 흥분을 고조시켰다.

이러한 모란의 능란한 계책에 빠져든 이씨 선비는 자기가 적 극적으로 여인의 몸을 조정한다고 생각하며 모란의 알몸을 가지 고 놀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모두 모란의 조정에 의해 한없는 정감을 불태우면서 일대 애정 향연을 벌이고 패전 장군처럼 늘 어졌다.

이 한밤의 향연에 의해 이씨 선비는 이튼날부터 모든 짐을 챙 겨 모란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밤낮으로 모란의 깊은 곳 에 움을 파고 놀면서 황홀한 꿈속을 혜맸다.

며칠후, 모란이 이씨 선비의 품에 안겨 우는 것이었다. 이씨 가 놀라서 왜 우느냐고 까닭을 물으니 모란은,

"이웃 친구는 남편이 돈이 많아 금비녀와 비단옷을 사주어서 뽐내는데, 소첩은 무슨 년의 팔자로 그런 것을 사줄 남편이 멀리 가고 없으니, 어찌 한이 서리지 않겠습니까?"
하고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그런 것이라면 내가 있는데 울기는 왜 울어? 내 그 친구 남편이 사주었다는 것보다 더 좋고 많은 물건을 사줄 태니 얼마 든지 말만 하거라."

이렇게 해서 이씨는 금비녀와 옥비녀, 그리고 비단옷을 닥치 는 대로 사주었다.

그러고 나서 며칠 후에 구름 무늬 비단을 파는 장사가 왔다.
이씨 선비가 자기의 남은 돈을 다 털어 그 비단을 사주겠다고 하 자, 모란은 거짓 사양하는 체하면서 돈을 너무 낭비하지 말라고 말렸다. 이에 이씨는 대장부를 무엇으로 아느냐며 꾸짖고 화를 내면서, 기어히 돈을 모두 털어 그 비단을 사주었다.

이런 다음 며칠 후 밤중에, 모란은 이씨에게 술을 권해 취하 여 잠들게 해놓고, 집안의 짐을 모두 챙겨 심부름하는 여자아이 와 함게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잠에서 깨어난 이씨는 집안이 텅 비었고 아무도 없자 이상하 게 생각하고 이웃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이씨는 그때서야 비로 소 그 여자가 남편 있는 부인니 아니라 모란이란 기생이며, 일부 러 유혹해 재산을 뺏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후 이씨는 화를 참울 수가 없어서, 모란을 찾으려고 매일 교방(敎坊) 근처에 가서 지키고 있었다. 이렇게 지킨 지 여러 날 만에, 하루는 모란이 여러 기생들과 어울려 교방에서 나오는 것 을 목격했다.

이씨는 곧바로 달려가 몽둥이를 들고 위협하며 소리쳤다.

"이 요귀(妖鬼)야! 도망을 가? 내가 사준 물건 다 내놓아."

이 때 모란이 손뼉을 치면서 크게 웃더니, 친구 기생들을 불 러 이씨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앙칼진 소리로 내뱉었다.

"얘들아, 이런 바보 멍청이 봤니? 세상에 제가 좋아하면서 자진 해서 기생에게 사준 물건을 도로 찾으려고 온 이 같은 촌놈을 본 적 있니?"

"응? 어디 그 촌놈 얼굴 좀 보자, 아니 얼굴은 미끈하게 생겼 네, 그리고 밤일 정력도 좋을 것 같고, 얘, 너 재미 많이 봤겠구 나 이 멍청이하고."

친구 기생들이 깔깔대고 웃으며 이렇게 모욕을 주니, 이씨는 부끄러워 얼굴을 가리고 사람들 사이로 피해 도망쳤다.

그 뒤 이씨는 관직에서도 쫒겨나 거지가 되어 문전걸식 하다가, 고향으로 내려가 처가에 들렸다, 그러나 처가에서도 받 아들이지 않아 마침내 폐인이 되어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조선 초기>


......^^백두대간^^........白頭大幹

'조선왕조 때 유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믿을 수 없는 기생의 마음  (0) 2019.04.09
기생에게 이를 뽑아 준 선비  (0) 2019.04.08
어리석은 건 선비와 관리들  (0) 2019.04.06
제 올리는 스님의 고통  (0) 2019.04.05
네 말도 또한 옳다  (0) 2019.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