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談.野史.說話

貞節婦人의 정문(旌門)

eorks 2019. 11. 14. 03:19
野談 ♡ 野史 ♡ 說話

貞節婦人의 정문(旌門)
    『어떤 땡추가 상중(喪中)인 안방마님을 겁탈하려고』 옛날에 있었던 어떤 가정의 비화(?話) 한 토막을 들어보자. 무과에 급제해 부산으로 발령받아 내려가던 조익(趙翼/ 1579∼1655)이 밀양에 이르러 날이 저물어 주막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는데, 술을 한잔하자 갑자기 지난 일들 이 떠올랐다. “십여 년 전 서당에서 함께 공부하던 친구 중 박주현의 고 향이 이곳 밀양이었지……. 그때 참 친하게 지냈는데……. 한 번 만나봤으면 좋겠는데…….” 밀양에선 뼈대 있는 집안이라 그 집을 찾는 데에 별 어려 움이 없었다. 그래서 대궐 같은 박주현의 집 솟을대문을 두드렸다. 하인들의 안내를 받아 사랑방에 좌정하자 소복 을 입은 젊은 부인이 나와 인사를 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알고 보니 박주현은 한 달 전에 죽었고 소복을 입 은 그 부인은 바로 박주현의 미망인이었다. 안방 옆 곁방 에 차려놓은 빈소에서 조익이 절을 올리자 미망인은 서럽 게 곡을 했다. 조익은 박주현의 체취가 묻어있는 사랑방에 서 하룻밤을 묵어가기로 했다. 촛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어 도 잠이 오지 않았다. 박주현과 함께 천렵과 수박 서리를 하던 때를 생각하며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다 보니 삼경이 가까웠다. 그때 별안간 ‘쿵’하고 담 넘는 소리가 나더니 누군가 뒤뜰에 있는 대나무밭을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조익은 잽싸게 문 을 열고 나가서 기둥 뒤에 몸을 숨긴 채 대나무밭을 응시했 다. ‘필경 도둑이구나!’ 그런데 대나무밭에서 나온 도둑이 처마 밑으로 몸을 숨겨 안방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안방 에 촛불이 켜졌다. 조익은 뒤뜰로 가서 열어놓은 들창으로 안방을 들여다봤다. “이럴 수가!” “오늘 밤은 소복을 입으니 더 예쁘네 잉.” 땡추가 미망인 을 껴안고 있었다. 목소리를 낮추라며 손가락으로 땡추의 입을 막은 미망인은 부채로 화롯불을 살려 석쇠를 올리고 그 위에다 고기를 굽 기 시작했다. 미망인이 미리 차려놓은 주안상을 당겨놓고 약주를 따랐다. 한잔 마신 땡추가 입을 벌리자 미망인이 석쇠 위의 고기 한 점을 그의 입에다 넣어준다. 번들번들 개기름이 낀 땡추는 윗옷을 풀어헤치고 비스듬히 보료에 기대어 한 손엔 술잔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미망인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고기 안주에 술이 얼큰해진 땡추가 미망인의 옷고름을 풀 었다. 미망인이 코맹맹이 소리로 “잠깐만, 상(床) 치우고 올게요.” 하며 부엌으로 나가자 조익은 끓어오르는 울분을 참을 수 없어 옷 속에 품고 다 니던 단도를 꺼내 들창 안으로 던졌다. 땡추가 목덜미에서 선혈을 쏟으며 고꾸라지는 것을 보고 조익은 잽싸게 사랑방으로 돌아왔다. 잠시 후 안방에서 미 망인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집안의 하인들이 우르르 몰려 들었다. 날이 새자 밀양 관가에서 형방과 나졸들이 나오고 친인척들도 몰려와 집안이 어수선해졌다. 조익은 모른척하고 행랑아범에게 무슨 일이냐고 사연을 물었다. “간밤에 어떤 땡추가 상중(喪中)인 안방마님을 겁탈하려고 들어왔다가 그만 안방마님의 은장도에 찔려 죽었습니다. 안방마님은 자살하려는 걸 저희들이 막았습니다.” 이듬해 다시 밀양땅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 조익이 박주현 의 집을 찾았더니 집 앞에 정절부인에게 내리는 정문(旌門) 이 세워져 있었다. 결국 조익이 친구 집안의 명예를 살려준 것이다. 또 하나 지혜로운 화가 이야기를 들어보자. 옛날 옛적에 임금님이 한 분 계셨다. 그는 애꾸눈에다 외다 리며 난쟁이였다. 어느 날 그 왕은 그 나라 안에서 제일 간 다는 화가들을 불러 놓고 자기 초상화를 그리게 했다. 한 화가는 미리 왕의 의중을 헤아린답시고 다리 둘에 두 눈을 똑바로 뜬 보통 키의 초상화를 만들어냈다. 왕은 이것을 보 고 우롱당한 느낌이 들어 그 화가를 옥에 가두게 했다. 그 다음에 불려 온 화가는 이 소문을 들은 지라 왕의 모습 그대로 그렸다. 애꾸눈에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난쟁이 모습 그대로였다. 이번에도 왕은 모욕감을 느낀 나머지 그 화가를 투옥시켰 다. 세 번째로 불려 온 화가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살아나 갈 궁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오랜 생각 끝에 말을 타고 총을 겨누며 사냥하는 왕의 모습을 그렸다. 다리 하나 는 말의 반대편에 가려져 있어 보이지 않았고, 목표물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눈 하나는 감을 수밖에 없었으며, 허리를 굽힌 채 말을 타고 있었기 때문에 난쟁이도 자연스 럽게 정상인처럼 보였다. 왕은 그 그림을 보고 크게 기뻐 했다고 한다. 진실과 자비를 함께 드러냈기에 성공한 화가 였다. 머리를 잘 쓰면 절간에 가서도 새우젓을 얻어먹는다 는 말이 있다. 지혜가 이렇게 소중한 것이다.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