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

“운세로 일희일비말고, 자기분수대로 사시오”(1)

eorks 2023. 3. 26. 08:11

풍수지리(風水地理)

“운세로 일희일비말고, 자기분수대로 사시오”(1)
[세상 그리고 사람]
사주, 관상, 궁합 등 인간의 운명과 길흉화복을 미리 내다보는 점술은 아무 때나 볼 수 있지만 그래로 가장 효용이 클 때는 아무래도 새해 벽두일 것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해가 바뀔 때 ‘신년운세(新年運勢)’라는 이름으로 한 해 동안 닥칠 일을 미리 알아보고 그 나름대로 대비를 하기도 한다.

인간의 운명을 점치는 예언서로는 <정감록(鄭鑑錄)> <격암유록(格菴遺錄)> <송하비결(松下秘訣)> <토정비결(土亭秘訣)>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단연 <토정비결>이다. 음력 정초 때 <토정비결>로 신수(身數)를 보던 것은 조선 후기부터 수백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우리의 세시풍속이기도 하다. 40여년 동안 <토정비결>을 비롯한 온갖 역학을 연구해왔으며, 얼마 전 <토정비결>을 쉽게 풀이한 <토정비결 최신판>을 펴낸 한중수 동방대학원대학교 교수(명리학 최고지도자 과정)를 경기 군포시에 있는 그의 집에서 만났다. 좁은 서재에는 그가 직접 쓴 역학서를 비롯해 갖가지 책이 빼곡히 꽂혀 있었으며, 그는 돋보기를 끼고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한중수는 노환으로 몸이 불편한데도 질문 하나 하나에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답변했다.

<토정비결>은 어떤 책이냐는 질문에 한중수는 “한 해 신수를 보는 책”이라고 했다. 그러나 <토정비결>은 단순히 길흉화복에 대한 예언이 아니라 유불선(儒佛仙)과 민간신앙적 요소는 물론 민중들의 생활윤리규범을 집대성한 일종의 종합적 정신문화라고 그는 강조했다. 예컨대 ‘사오지월(四五之月) 외인구설(畏人口舌)’이라는 괘는 4~5월에 구설수를 조심하라는 뜻 외에도 항상 언행을 신중히 하고 몸가짐을 반듯하게 하라는 행동규범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민간에는 토정결, 토정선생요결, 당년결(當年訣), 석중결(石中訣), 유년결(流年訣), 연운요감(年運要鑑), 산수책(算數冊) 등의 이름을 가진 50여개의 <토정비결> 필사본이 전해지고 있다. 이 책들의 내용은 모두 비슷하며 어떤 책에는 <토정비결>의 내용만 나와 있고, 어떤 책에는 다른 역술의 내용 속에 <토정비결>을 담고 있다고 한다. 또 ‘토정’이라는 이름이 붙은 책에도 저자를 토정으로 표시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다만 어느 책이든지 첫 괘는 ‘동쪽 바람에 얼음이 풀리고 마른 나무가 봄을 만났도다’라는 뜻의 ‘동풍해빙(東風解氷) 고목봉춘(枯木逢春)’으로 시작한다. 한중수는 “일제 시대에 집에서 토정비결을 보았는데 그 명칭이 ‘석중결’이었다”면서 “이는 ‘동굴에서 비결을 썼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부터 <토정비결>은 조선 중종 때의 유학자 토정 이지함(土亭 李之함)이 쓴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즉 <토정비결>은 19세기 후반에 등장했으며, 당시 사람들이 책의 권위와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3세기 전 유학자로서는 드물게 주역에 밝고 기인의 행적을 보인 토정의 이름을 빌렸을 뿐이라는 것이다. 최근 <이지함 평전>의 저자인 건국대 신병주 교수가 바로 이 같은 ‘토정 가탁설’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신 교수에 따르면 토정이 사망한 뒤 후손들이 엮은 <토정유고>에 <토정비결>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또한 비기와 관상에 능했고, 빈민구휼에 앞장서는 등의 백성친화적인 면모 등이 입으로 전해지면서 일종의 신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한중수도 “어렸을 때 ‘선생이 아산에 머무를 당시 아산에서 엄청난 해일이 발생할 것을 날짜와 시간까지 예언해서 피해를 막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토정비결>의 저자 논란과 관련해 한중수는 “실제로 달 별로 나온 것 중에는 대학자인 토정 선생이 썼다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울 만큼 유치하고 현대적인 냄새가 나는 문구가 적지 않다”면서 “이것은 근현대에 와서 가필이 됐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처음 나온 한 구 8자는 사마천의 <사기> 등 중국의 고사를 많이 인용했으며 비유는 간단하지만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유려한 문장이어서 “토정이 썼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정비결>의 저자가 누군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오랫동안 민중들의 생활 속에 녹아 있는 신년운세 책자의 이름에 ‘토정’의 이름이 붙을 정도로 토정 선생이 진심으로 백성들을 사랑했던 분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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