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

하늘의 예측에 대하여

eorks 2023. 5. 3. 06:38

풍수지리(風水地理)

하늘의 예측에 대하여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은 언론인을 초청해 대화할 기회를 마련했는데 비보도 조건을 달았다. 그날 나눈 얘기를 메모한 것을 지금 들춰봐도 기삿거리가 될 만한 사안은 눈을 씻고 찾아봐야 없다. 식사메뉴도 별로였고 그저 소주폭탄을 몇 잔 강제로(?) 마신 게 억울할 정도로 특이한 게 없었다. 어려운 경제를 살려 놓겠다는 이 대통령의 결연한 출사표 같은 자리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머지는 문자 그대로 여담(餘談)이었을 뿐.

그날 이 대통령이 운을 뗀 이야기는 미국 상원의원이 베이징을 거쳐 청와대를 다녀갔는데 중국인들은 워낙 운세를 따지는 사람들이라 올림픽 개최 시간을 8월 8일 8시 8분 8초로 맞춰 놓았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8(八)`자와 발전을 의미하는 `發`자 의미가 같아 워낙 좋아한다는 것. 그래서 8자가 무려 5번이나 겹치게 이벤트를 잡았다고 한다.

식사가 끝날 즈음 누군가 최창조 교수 저서를 인용하며 청와대 터가 고약하단 풍설을 지적했다. 필자도 `효자동 일번지`라는 책에서 차(車) 모라는 법사가 청와대 터는 사람이 살 곳이 아니라 신선이 아니면 버티기 어렵다는 악터라고 평가해 놓은 것을 읽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담박에 반론을 제기했다. "청와대 터는 왕 터입니다. 정말 좋은 데를 잡았어요. 그런데 화기(火氣)가 있다 해서 청계천을 파서 물을 들이고 해태를 설치했다고 해요. 청계천이 덮여 있으면 문제가 생겨서 열고…. 그런데 서양 사람들 풍수지리 토정비결 그런 거 안 따지고도 잘 살잖아요"라고 반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리처드 와이즈먼(`괴짜심리학` 저자)에 따르면 미국인 1억명가량은 `오늘의 운세`를 읽는다고 하고 600만명가량이 자기 운명을 알아보기 위해 점성가를 찾는다고 한다. 로널드 레이건과 낸시 여사는 정치적 단안을 내릴 때마다 점성가 도움을 얻었다니 흥미롭다.

연구를 좋아하는 미국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작심하고 많은 전문가가 이 분야를 팠다. `측정될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좌우명인 한스 아이젱크(Hans Eysenck). 그는 한국으로 말하자면 `무슨 띠(서양에선 별자리) 성격은 어떻다`는 정형은 말도 안 되는 헛소리임을 증명해냈다.

영국 과학자 제프리 딘(Jeffrey Dean)은 점성가들이 `한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 각 행성 위치가 그 사람 성격과 삶을 결정한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는지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그 주장이 맞다면 같은 순간에 같은 장소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사주팔자는 거의 같아야 한다.

그는 1958년 3월 3일에서 3월 9일 사이에 런던에서 태어난 2000여 명 기록을 검토했다. 연구 결과 똑같은 생년월일을 가진 사람들 삶에서 어떤 유사성도 찾을 수 없었다. 여러 차례 실험한 결과 얻을 수 있었던 공통점은 어느 실험에서도 점성술과 삶의 관계가 무관했다는 것 뿐. 제프리는 점성가 사이에서 가장 미움 받는 배반자가 되었다. 도대체 장사가 안 되도록 심야 TV토론까지 나와서 훼방을 놓았으니까.

1980년대 후반 미국 점성가들은 가장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 존 게이시가 태어난 시간과 장소를 조사했다. 그는 33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 12차례, 무기징역 21차례를 받은 흉악범. 연구자들은 이 인간의 사주를 알아맞히는가 보기 위해 5명의 점성가를 찾아가 어린이와 관련된 일을 하려는데 이 사람 성격과 직업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어떤 점성가는 "어린아이 재능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다"고 답했고, 또 다른 점성가는 "친절하고 온화한 사람"이라고 답하는 것이었다.

이 방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포러효과(Bertram Forer)니 바넘효과(Barnum)니 하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점쟁이가 해주는 말은 80~90% 인간에게 공통되기 때문에 `기가 막히게 맞힌다`고 착각한다는 바로 그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 비서실장 류우익 박사는 그날 저녁 청와대가 악터라고 한 최 교수 지적에 점잖게 반박했다.

"나는 28년간 지리학을 공부했고 최 교수는 내가 가르친 사람"이라고 운을 뗀 뒤 "이 세상에 나쁜 터는 없다. 이용하는 데 달렸다. 이용을 잘 못하면 나쁘고, 마음가짐이 바르지 못하면 그렇게 된다"고 정리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도 덧붙였다. "나는 토정비결 같은 거 안 본다. 다른 사람이 내 운세를 봐도 뭐가 안 나온다고 하더라."

어디에 살든 사주가 어떻든 자신이 개척하여 열심히 살라는 말씀. 한국에도 한스 아이젱크나 제프리 딘 같은 끈질긴 연구자들이 왜 안 나오는가. 그런 사람이 나타나 흑색풍설을 싹 날려주면 좋으련만….

......^^백두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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