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이야기

6. 生年不滿百(백년도 못 사는 주제에 )

eorks 2024. 8. 27. 18:35

6. 生年不滿百(백년도 못 사는 주제에)

    가슴 속에 쌓였던 世塵(세천)을 깨끗이 떨쳐 버리고 고요한 산 속을 걸으니
    마음이 그렇게도 상쾌할 수가 없었다. 

    無我(무아)의 세계는 바로 나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왜 이제까지 헛된 굴레와 부질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번뇌만 거듭하여 왔
    는가.
   
         백년도 다 못 사는 주제에 
         천년의 근심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 했던가.
         生年不滿百(생년부만백)
         常懷千歲憂(상양천세우)    

    아침저녁으로 바라보던 그 산아요 그 물이건만 비어 있는 마음으로 바라보
    니 새삼스럽게 아름다워 보였다. 

    아아, 산과 물이 이렇게도 좋은 것을 이제까지는 왜 모르고 살아 왔던가. 

    문득 엣 詩 한 수가 머리에 떠오른다.
   
             물이 푸르러 산이 좋아하고 
             산이 푸르러 물이 좋아라네
             시원스러운 산과 물 사이를 
             한가한 나그네 홀로 걸어가네.
             水綠山無厭(수록산무염)
             山淸水自親(산청수자친)
             浩然山水裡(호연산수리)
             來往一閑人(래왕일한인)

    누군가가 자기를 노래해 준 것 같았다. 산중에는 오가는 사람조차 없이 
    흐르는 물소리와 

    지저귀는 새소리만이 길손의 귀를 사뭇 싱그럽게 해 주고 이었다. 

    오늘 가다 싫으면 내일 가고, 동으로 가다 싫으면 서로 가면 그만인 無軌道
    의 旅路, 

    물가에 털썩 앉아서 목청을 돋우어 엣 시조 한 수를 읊조려 본다.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그 누가 읊은 시조였던가. 自由自在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깊이 산 속으로 들어가면서 다시 조선왕조의 개국공신이요, 

    藝文館 大提學을 지냈던 선비 仙庵 劉敞의 <幽興>이라는 제목의 시가 떠
    오른다.
   
         한가한 구름 따라 숲속에 들어서니
         솔바람 냇물소리 옷깃을 씻어주네
         뜬 세상에 이 흥취를 아는 사람 그 누구랴
         다만 저 산새만이 내 마음을 알아주리.
         步逐閒雲入翠林(보축한운입취림)
         松風澗水洗塵襟(송풍간수세진금)
         悠悠浮世無知己(유유부세무지기)
         只有山禽解我心(지유산금해아심)

    앞 사람의 時調며 뒷사람의 漢詩며, 모두가 禪味에 넘치는 詩歌임에 틀림이
    없어 보였다.

     가도 가도 보이는 것은 산과 나무와 물 뿐이요, 

    들리는 것은 새소리와 물소리 바람소리뿐, 좀처럼 人家는 보이지 않는다.

    ~다음으로 계속~



                ~김삿갓이야기를 122회에 걸처 게시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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