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이야기

17.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빙그레 웃고 대답 않으니 마음 절로 한가롭다)

eorks 2024. 9. 15. 11:53

17.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
(빙그레 웃고 대답 않으니 마음 절로 한가롭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겨울이 가고 새봄이 왔다.

        죽장망혜로 대자연속을 휘적휘적 걸어가는 김삿갓의 가슴은 상쾌하기 이를데
        없었다.

        눈을 들어 사방을 살펴보니 시야를 가로막는 첩첩 태산들은 아직도 아침안개 속
        에 잠겨 있는데

        저 멀리 산골자기에 흘러가는 물소리가 그를 반갑게 맞아 주는 듯 했다.

        귀를 기우리니 멀고 가까운 산에서 처연하게 울어대는 새소리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마치 하나의 교향악처럼 아름답게 들려온다.

        이렇게 좋은 산수를 내버려 두고 내가 왜 어리석게도 속세에 얽매여 있었 더란
        말인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불현듯 李太白의 山中問答이라는 시가 머리에 떠올 랐다.

              나더러 왜 깊은 산 속에 사느냐 묻기에
              빙그레 웃고 대답 않으니 마음 절로 한가롭다
              흐르는 물 위에 복사꽃 아득히 떠가니
              여기가 바로 별천지인가 하노라.

           問余何事栖碧山(문여하사서벽산)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
           桃花流水杳然去(도화류수묘연거)
           別有天地非人間(별유천지비인간)


        산속에 사는 이태백의 멋들어진 풍류를 속인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으리라
        싶었다.

        이태백에게는 <산중문답>과 취향을 같이 하는 다음과 같은 시도 있다.</산중
        문답>


              친구와 술을 나누는데 산에는 꽃이 피네
              한 잔 한 잔 또 한 잔 술잔을 거듭한다.
              내 술에 취해 잠이 오니 그대는 돌아가게
              내일 또 오려거든 거문고 안고 오게나.

           兩人對酌山花開(양인대작산화개)
           一盃一盃復一盃(일배일배복일배)
           我醉欲眠君且去(아취욕면군차거)
           明朝有意抱琴來(명조유의포금래)


        시인과 음악가의 만남이요 꽃과 술의 만남이다.

        신선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희로애락을 초월하여 산천초목과 호흡을 같이하며 살아가면 그 사람이 바로
        신선이 아니겠는가.

        그러기에 세상 사람들은 이태백을 詩聖이니 詩仙이니 하고 불러 오지 않던가.

        얼마를 가다 보니 산속에 제법 넓은 연못이 하나 있었다.

        연잎은 아직 피어나지 않았으나 연못가에는 어느새 수초가 푸르다.

        연못 옆으로 지나노라니 이름 모를 새가 발소리에 놀라 멀리 날아가 버린다.

        '새야 도망가지 마라. 너를 싫어할 내가 아니로다.' 이렇게 뇌까리며 마냥 걸어
       가노라니 안개가 자옥하여 마치 가랑비가 오는 것만 같았다.

        이에 김삿갓은 고려조의 시인 李瑱의 山居偶題라는 시가 연상되었다.


              텅 빈 산에 넘친 푸른빛 옷깃을 적시고
              풀빛 어린 연못에서 흰 새가 난다.
              지난 밤 숲 속에 껴 있던 짙은 안개가
              한낮에 바람 불어 가랑비 되네.

           滿空山翠滴人衣(만공산취적인의)
           草綠池塘白鳥飛(초록지당백조비)
           宿霧夜棲深樹在(숙무야서심수재)
           午風吹作雨霏霏(우풍취작우비비)

        산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안개는 안개대로 좋고, 가랑비는 가랑비대로 좋
        았다. 안개는 좀처럼 걷힐 줄을 모른다. 가도 가도 안개뿐인데 안개 저편에 푸
        른 산이 아득히 솟아올라 보인다.

        ~다음으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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