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집 주인은 선량하기 그지없었으나 젊은 아낙은 잠깐 보아도 게 으르고 방자하여 주부다운 점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아이에게 젖을 물린 채 낮잠을 자고 있는 여인은 빨래를 언제 해 입었는지 옷에서는 땟국이 흐르고 윗목에 놓인 베틀에는 먼지가 뽀얗다.
남편의 성화에 마지못해 부엌에 들어간 아낙은 그릇 깨는 소리만 요란하게 내더니
통옥수수 밥에 짠지 몇 쪽을 들이밀고는 건너 마을 굿 구경을 가서 다음날 아침이 되어도 돌아올 줄 모른다.
어쩔 수 없이 조반은 주인이 직접 지었는데 밥도 밥이려니와 반찬도 어제 저녁보다는 훨씬 좋았다.
아침을 얻어먹고 주인마누라는 만나 보지도 못한 채 길을 나선 김삿갓은 惰婦라는 이름의 시를 다음과 같이 남겼다.
병도 근심도 없고 목욕도 빨래도 안하여 십 년 전 시집올 때 옷을 그냥 입고 있네. 어린것 젖 물리고 낮잠 자기가 일이요 속바지 이 잡느라 처마 밑 햇빛만 좋아하네. 無病無憂洗浴稀(무병무우세욕희) 十年猶着嫁時衣(십년유착가시의) 乳連褓兒謀午睡(유연보아모우수) 手拾裙蝨愛簷暉(수십군슬애첨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