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팍한 성미라서 그런지 고대광실 그 많은 방들을 다 놔두고 큰 마누라와 작은 마누라를 한 방에 데리고 산단다.
묵묵히 이야기를 들으며 술잔을 기울이던 김삿갓은 하마터면 폭소를 터뜨 릴 번했다.
불현듯 두 마누라를 좌우에 누여 놓고 자는 광경이 머리에 떠올랐기 때문 이다.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즉석에서 붓을 들어 시 한 수를 단숨에 휘갈겼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월 좋은 때에 마누라와 첩이 정답게 누워 있네. 원앙 베개에는 머리 셋이 나란히 비단 이불 속에는 팔이 여섯이로다. 不熱不寒二月天(불연불한이월천) 一妻一妾最堪憐(일처일첩최감련) 鴛鴦枕上三頭竝(원앙침상삼두병) 翡翠衾中六臂連(비취금중육비련) 입을 벌려 웃으면 세 입이 品자 같고 몸을 돌려 누우면 세 몸이 川자 같으리. 동쪽에서 하던 일 끝나기가 무섭게 서쪽으로 옮겨가 또 한판 해야 하네. 開口笑時渾似品(개구소시혼사품) 側身臥處恰如川(측신와처흡여천) 纔然忽破東邊事(재연홀파동변사) 又被一擧打西邊(우피일거타서변)
*正音社에서 발간한 <金笠詩選>에는 이 시가 김삿갓의 시로 되어 있는데
또 일설에는 壬亂때 名臣이면서 풍자와 해학을 즐겼던 白沙 李恒福이 피난 길에서 본 어느 대감의 행태를 읊은 戱詩라고도 한다. </金笠詩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