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宗 때의 명필이요 풍류객이었던 蓬萊 楊士彦(봉래 양사언)이 수십 질 높 이의 암벽에 새겼다는 <萬瀑洞> 세 글자를 바라보며 일만 이천 봉우리 중 에서 47개의 봉우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偈惺樓(게성루)가 여기에서 멀 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금강산의 참된 면목을 알려거든 석양 무렵에 게성루에 올라 보라." (欲識金剛眞面目 夕陽須上偈惺樓(욕식금강진면목 석양수상게성루))는 옛 시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藥師庵(약사암), 白雲庵(백운암), 兜率庵(도솔암), 迦葉庵(가엽암) 등 수없이 많은 암자를 지나 드디어 게성루 에 올랐다.
남쪽으로 보이는 것은 凌虛峰(릉허봉)과 永郞峰(영랑봉)이요, 동쪽으로 보이 는 것은 日出峰(일출봉)과 月出峰(월출봉), 북쪽으로는 白玉峰(백옥봉)과 玉 仙峰(옥선봉), 과연 장관이었다.
처음에는 높은 산봉우리 몇 개 인줄 알았는데 짙은 안개 속에서 높은 봉우리 사이사이로 무수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봉우리들을 세어보던 김삿갓은 시 흥에 겨워 즉흥시 한 수를 이렇게 읊었다. 하나 둘 셋 넷 봉우리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봉우리 삽시간에 천만 봉이 새로 생겨나 구만리장천이 모두 산봉우리로구나. 一峰二峰三四峰(일봉이봉삼사봉) 五峰六峰七八峰(오봉육봉칠팔보) 須臾更作千萬峰(수유경작천만봉) 九萬長天都是峰(구만장천도시봉)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은 산봉우리만이 아니었다. 북쪽은 산에 가려 하늘이 보이지 않지만 동쪽은 산과 산 사이로 동해바다의 만경창파가 한눈에 바라 보이지 않는가.
그래서 김삿갓은 또 한수를 읊었다.
태산이 뒤를 가려 북쪽은 하늘이 없고 눈앞이 바다여서 동쪽은 땅의 끝이네. 다리 아래 길은 사방으로 통해 있고 일만 이천 봉이 지팡이 끝에 솟아 있네. 泰山在後天無北(태산재후천무북) 大海當前地盡東(대해당전지진동) 橋下東西南北路(교하동서남북로) 杖頭一萬二千峰(장두일만이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