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처 없이 발길을 옮겼다고는 하지만 북으로 북으로 걸음을 거듭한 김삿갓 은 드디어 꿈에 그리던 금강산에 도착하였다.
산수를 좋아했던 옛 선비들이 그토록 황홀해하면서 찬탄해 마지않았던 바로 그 금강산이다.
산길을 걸어가노라니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산과 산, 물과 물, 소나무와 바 위뿐이건만 어디를 보아도 절경이 아닌 곳이 없어서 그의 머릿속에서는 저 절로 시 한 수가 그려지고 있었다.
소나무와 소나무, 잣나무와 잣나무, 바위와 바위를 돌고 도니 물과 물, 산과 산이 한데 어우러져 가는 곳마다 기이하구나. 松松栢栢岩岩廻(송송백백암암회) 水水山山處處奇(수수산산처처기)
옛날의 시인들은 좋은 경치를 만나면 숫제 미쳐 버렸던 모양이지만 그런 점에 있어서는 당시의 시인이라고 해서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김삿갓은 눈앞에 펼쳐지는 경치에 도취하여 자기도 모르게 또 한 수를 내 뿜었다.
한 걸음 걷고 두 번 돌아보고 세 걸음에 다시 스네. 푸른 산 흰 바위 사이사이 꽃이로다. 화공을 불러다가 이 경치 그리게 한들 숲 속의 새소리야 무슨 수로 그릴꼬. 一步二顧三步立(일보이고삼보립) 山靑石白間間花(산청석백간간화) 若使畵工摸此景(약사화공모차경) 其於林下鳥聲何(기어임하조성하)
사람들은 좋은 경치를 보면 한 폭의 그림 같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잘 그린 그림이기로서니 어찌 實景을 따르겠는가.
설사 실경을 그대로 그려 낸다하더라도 물소리 새 소리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으랴. <其於林下鳥聲何> 과연 名句라는 생각이 든다. </其於林下鳥聲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