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이야기

48. 靑春抱妓千金芥(청춘포기천금개)젊은 몸에 기생을 품으니 돈도 티끌 같고

eorks 2024. 10. 29. 14:55

48. 靑春抱妓千金芥(청춘포기천금개)
젊은 몸에 기생을 품으니 돈도 티끌 같고


    가련의 방에서 술에 취하여 쓰러진 김삿갓은 정신없이 자다가 목이 타올라
    깨어 나서 원앙금침 속에 누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저으기 놀랐다.

    밤이 얼마나 깊었는지 모르지만 한편 구석으로 밀어 놓은 술상 위에서는 아
    직도 등잔불이 방안을 희미하게 비춰주고 있는데 바로 옆에는 가련이 짐짓
    잠들어 누어있는 것이 아닌가.

    굶주린 매가 꿩을 덮친다(飢鷹抱雉;기응포치)는 말과 같이 김삿갓인들 오랫
    동안 금 욕생활을 해 온 터에 맹렬히 용솟음쳐 오르는 욕망이 없을 수 있을
    까마는,

    그래도 선비의 체통은 지켜야겠기에 잠시 욕망을 누르고 조용히 가련을 품
    어 안으며 다음과 같은 즉흥시를 한 수 읊었다.


              젊은 몸에 기생을 품으니 돈도 티끌 같고
              이 밤에 술까지 나누니 만사가 구름 같네.
              날아가는 기러기 물을 따라 내려앉듯
              산속을 지나는 나비 꽃을 피하기 어렵구려.

              靑春抱妓千金芥(청춘포기천금개)
              今夜當樽萬事雲(금야당준만사운)
              鴻飛遠天易隨水(홍비원천역수수)
              蝶過靑山難避花(접과청산난피화)


    짐짓 잠에서 깬 듯 그의 품안으로 파고들던 가련은 시를 듣고 나서 퍽이나
    감격스러운 듯 '노류장화의 몸을 위해 그토록 귀한 시를 읊어 주시니 영광
    스럽기 그지없다' 고 아뢴다.

    '내가 시를 읊었으니 자네는 화답이 있어야할게 아니냐.' 고 채근하는 그 에
    게 가련은

    '저는 시를 좋아는 하지만 지을 줄은 모르니 옛날 기생 小紅(소홍)의 시를 한
    수 읊어 올리겠다.' 고 했다.


              찬바람 눈보라가 주렴에 몰아쳐서
              기나긴 밤 잠 못 이루니 안타깝구나.
              이 몸이 무덤 되면 누가 찾아 줄는고
              가엽고도 외로운 한 송이 꽃이라오.

              北風吹雪打簾波(북풍취설타렴파)
              永夜無眠正若何(영야무면정약하)
              塚上他年人不到(총상타년인불도)
              可憐今世一枝花(가련금세일지화)


    김삿갓은 그 시를 듣자 가슴이 찡해 오는 것을 느꼈다. 기녀들은 겉으로는
    퍽 화려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무척 고독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가련은 '어제까지는 저도 외로운 여인이었지만 이제는 누구보다도
    행복하옵니다.'하면서 다시 세차게 파고든다.

    '허어--- 자네가 누구의 간장을 녹이려고 이러는가.' 하고 너털웃음을 웃으
    면서 김삿갓은 가련의 가는 허리를 힘차게 끌어안았다.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