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이야기

49. 半含嬌態半含羞(반함교태반함수)그 모습 수줍달가 애교롭달가

eorks 2024. 10. 30. 19:23

49. 半含嬌態半含羞(반함교태반함수)
그 모습 수줍달가 애교롭달가


    가련은 김삿갓이 언제 떠나갈지 몰라 불안하므로 그를 오래도록 붙잡아
    두기 위하여 날마다 그가 좋아할 만한 경치 좋은 곳을 찾아 관광안내에
    나섰다.

    가련은 妓女(기녀)답지 않게 흥청거리는 사내를 백안시하며 고고하게 살
    아온 여자다. 그러나 김삿갓만은 그의 시에 반하여 미칠 듯이 좋아하였다.

    김삿갓도 가련을 사귀어 볼수록 그에 대한 정이 깊어 갔다.

    어느 날 밤에는 마루에 나란히 앉아 달을 바라보며 인생을 논하고 시를 말
    하다가

    '자네는 나하고 있는 것이 그렇게도 좋은가.' 하고 물었더니 가련은 수줍
    은 듯 고개를 숙이고 웃음 지은 채 비녀만 매만지는 것이었다.


              창가에 마주 앉아 희롱을 하다보니
              그 모습 수줍달가 애교롭달가
              그토록 좋으냐고 조그맣게 물으니
              금비녀 매만지며 고개만 끄덕이네.

              對月紗窓弄未休(대월사창롱미휴)
              半含嬌態半含羞(반함교태반함수)
              低聲暗問相思否(저성암문상사부)
              手整金釵笑點頭(수정금채소점두)

    순간적으로 흘러나오는 시였지만 과연 김삿갓이었다.
    (半含嬌態半含羞;반함교태반함수라.)

    동양미인의 아름다운 자태를 이처럼 멋지게 그려 낸 시가 또 다시 있을까.

    그 시를 들은 가련은 방으로 달려가 지필묵을 가지고 나와서 그 시를 바로
    써 달라며 자기가 써서 걸었던 春桂問答(춘계문답) 족자를 떼어 버리고 삿
    갓어른의 시와 친필을 걸어 놓고 싶다고 했다.

    '이 사람아! 글씨는 자네 글씨가 더 좋은데 그 좋은 족자를 왜 떼어 버리 겠
    다는 것인가.' 하고 물으니

    '그 족자는 아무 사연도 없는 무의미한 것이옵니다. 삿갓 어른의 친필과 시
    를 두고두고 감상하고 싶사옵니다.' 하고 대답한다.

    '허허-- 자네가 갈수록 사람의 간장을 녹여내네 그려.' 하고 김삿갓은 너털
    웃음을 웃으며 일필휘지했으니 그 필적 또한 천하명필이었다.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