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進士(임진사)의 환대와 竹香(죽향)의 보살핌 속에 꿈같은 나날이 덧없이 흘 러가고 있었다.
김삿갓에게는 처음 맛보는 황홀한 날들이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머물러 있을 수 만은 없었다.
한사코 잡는 임진사에게 작별을 고하고 떠나는 그를 죽향이 대동강나루터 까지 전송을 나왔다.
김삿갓은 차마 배에 오르지 못하고 죽향을 바라보는데
죽향이 눈물 어린 시선으로 김삿갓의 얼굴만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떨리는 목소 리로시 한 수를 읊는다.
대동강에서 정든 님과 헤어지는데 천만가지 실버들도 잡아매지 못하오. 눈물 어린 눈으로 눈물 젖은 눈 바라보니 임도 애가 타는가. 나도 애가 끊기오. 大同江上別情人(대동강상별정인) 楊柳千絲未繫人(양류천사미계인) 含淚眼看含淚眼(함루안간함루안) 斷腸人對斷腸人(단장인대단장인)
그야말로 간장이 녹아나는 시였다. 못다 편 정에 애끊는 김삿갓도 여기에서 한마디응수가 없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눈앞에 전개되는 대동강 풍경을 바라보며 다음과 같이 읊었다.
푸른 새는 강물에서 정답게 노닐고 난간에서 바라보니 풍경은 아름답건만 임 보내는 시름은 북쪽 산에 어리고 멀리 떠나가는 길 강물은 동쪽으로 흐르네. 翠禽暖戱對浮沈(취금난희대부침) 晴景闌珊也未收(청경란산야미수) 人遠漫愁山北立(인원만수산북립) 路長惟見水東流(로장유견수동류)
꾀꼴새는 버드나무 숲에서 울어 대는데 나는 다락에 기대어 풀밭만 바라보노라 그대를 보내고 나 혼자 언덕에 남으면 달이 질 때 설움을 무엇으로 달래리. 垂楊多在鶯啼驛(수양다재앵제역) 芳草無邊客依樓(방초무변객의류) 怊悵送君自崖返(초장송군자애반) 那堪落月下汀洲(나감락월하정주)
죽향은 김삿갓이 읊는 이별의 시를 듣고 옷소매로 얼굴을 감싸며 소리 없이 흐 느껴 울고 있었다.
대동강 건너는 것만이라도 바라보고 돌아서겠다는 죽향을 간신히 달래어 돌려 보내고 그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