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이야기

94. 대동강

eorks 2024. 12. 14. 15:56

94. 대동강


    육십노과부의 집을 나선 김삿갓은 당초의 목표였던 평양을 향하여 북으로
    북으로 올라갔다.

    여러 곳을 두루 구경하면서 몇 달이 지나서야 대동강 나루터에 다다르니
    도도하게 흘러내리는 강물만 바라보아도 가슴이 설레 인다.

    价川(개천)에서 흘러내리는 順川江(순천강)과 陽德(양덕), 孟山(맹산)에서
    흘러내리는 沸流江(비류강), 그리고 江東(강동), 成川(성천) 등지에서 흘러
    내리는 西津江(서진강) 등등, 여러 갈래의 물이 모여 하 나의 커다란 강을
    이루었기 때문에 그 이름을 大同江(대동강)이라 했다던가.

    나룻배에 올라 대동강을 건너려니 고려 인종 때의 문신이요 시인이었던 이
    고장출신 南湖 鄭知常(남호 정지상)의  「대동강」이라는 시가 머리에 떠오
    른다.

              긴 둑에 비가 개어 풀빛이 완연한데
              고운 님 보내자니 노래가 슬프구나.
              대동강 푸른 물은 언제나 마를런가?
              이별의 눈물이 해마다 강물을 불리네.

              雨歇長堤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
              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
              大同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
              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


    대동강 위에서 사랑하는 남녀들의 이별이 얼마나 많았으면 고려 때부터 그
    러한 시가 나왔을까.

    뱃사공은 푸른 물결을 갈라 헤치며 흥겹게 노를 저어 나간다.

    선남선녀들이 가득가득 타고 있는 수많은 놀잇배에서는 멋들어진 피리소리
    와 함께 구성진 노랫소리가 아득히 들려오고 있었다.

    김삿갓은 시흥이 절로 솟아 즉흥시 한수를 읊었다.


              대동강에 떠 있는 수많은 놀잇배들
              피리소리 노랫소리 바람결에 들려오네.
              길손은 말 멈추고 시름겹게 듣는데
              창오산의 산 빛이 구름 속에 저문다.

              大同江上仙舟泛(대동강상선주범)
              吹笛歌聲泳遠風(취적가성영원풍)
              客子停驂聞不樂(객자정참문불악)
              蒼梧山色暮雲中(창오산색모운중)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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