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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 이야기
93. 육십 노과부
eorks
2024. 12. 13. 08:16
93. 육십 노과부
제2의 고향인 황해도 曲山(곡산)을 뒤로 하고 북으로 북으로 올라가던 김
삿갓은 어느 날 한 노파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어느덧 가을로 접어들어 달이 휘영청 밝은데 노파가 송편을 빚고 있었다.
예쁘게 빚어 놓는 송편만 보아도 침이 절로 넘어가지만 교교한 달빛 아래
곱게 늙은 노파의 송편 빚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홀로 시 한 수를 읊
었다.
손바닥으로 살살 돌려서 새알을 만들고
가장자리를 하나하나 조가비처럼 오므린다.
쟁반 위에 가지런히 세우니 첩첩한 산봉우리
젓가락으로 집어 들면 반달처럼 아름답다.
手裡廻廻成鳥卵
(수리회회성조란)
指頭個個合蚌脣
(지두개개합방순)
金盤削立峰千疊
(금반삭립봉천첩)
玉箸懸登月半輪
(옥저현등월반륜)
노파가 글을 알리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혼자 읊은 시인데 노파가 무릎을
치며 감탄을 하고 시를 거듭 거듭 외워 보면서 혹시 선생이 김삿갓 아니
냐고 묻는다.
빙그레 웃기만 한 김삿갓이 20 전에 과부가 되어 평생을 호로 살았다는
노파에게 왜 재혼을 안 했느냐고 물으니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시로써
대답한다.
육십 먹은 늙은 과부가
빈방을 홀로 지킴은
<여계>라는 시를 습관처럼 외워서
사임당의 가르침을 알고 있는 탓이라오.
六十老寡婦
(육십노과부)
單居守空閑
(단거수공한)
慣誦女戒詩(
관송여계시)
頗知任師訓
(파지임사훈)
이웃에선 시집가기를 권했고
얼굴이 꽃 같은 신랑감도 있었다오.
나는 흰 머리를 젊게 꾸미자니
분 바르기가 부끄러워 시집을 못 갔소.
傍人勸之嫁
(방인권지가)
善男顔如槿
(선남안여근)
白首作春容
(백수작춘용)
寧不愧脂
粉(녕불괴지분)
김삿갓은 노파가 재혼을 못한 솔직한 심정을 알고 크게 웃고 노파가 쩌
내온 송편과 술을 들며, 두 사람은 오랜 지기를 만난 듯 밤늦도록 담소를
즐겼다.
......^^백두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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