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장기에 대한 시를 보고 감탄했던 친구들은 바둑에 관한 시도 한 수 지어보라 졸라댔고 김삿갓은 못 이기는 척 다시 한 수 읊었다.
검은 돌 흰 돌이 진을 치고 에워싸며 잡아먹고 버리기로 승부가 결정 난다. 그 옛날 사호들은 바둑으로 세상 잊고 삼청의 신선놀음 도끼자루 썩었다네. 縱橫黑白陣如圍(종횡흑백진여위) 勝敗專由取捨棋(승패전유취사기) 四皓閑枰忘世坐(사호한평망세좌) 三淸仙局爛柯歸(삼청선국란가귀) *四皓(사호)란 옛날 한고조 때의 신선을 말함이요, 三淸(삼청)은 그들이 살던 집이다.
꾀를 써서 요석 잡아 유리하게 돌아가니 잘못 썼다 물러 달라 손을 휘휘 내젓는다. 한나절에 승부 나고 다시 한판 시작하니 돌 소리는 쩡쩡하나 석양이 기울었네. 詭謀偶獲擡頭點(궤모우획대두점) 誤着還收擧手揮(오착환수거수휘) 半日輸瀛更挑戰(반일수영경도전) 丁丁然響到斜煇(정정연향도사휘)
옛날부터 바둑을 신선놀음이라 일컬어 오거니와 속세를 떠난 듯, 한가롭게 싸워가며 바둑을 두어 가는 모습을 절묘하게 묘사한 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