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이야기

91. 장 기

eorks 2024. 12. 11. 06:48

91. 장 기


    개성을 벗어나 북으로 올라가니 바로 황해도 땅이다. 황해도 曲山(곡산)의
    천동 마을이 김삿갓의 마음의 고향이다.

    할아버지 金益淳(김익순)이 대역죄를 입어 가문이 파멸될 때 어머니의 등
    에 업혀 머슴의 고향이던 곡산의 천동마을로 숨어들었던 것이다.

    그 이전의 서울에서 산 기억은 너무 어려서 나지 않고, 그 이후로도 영월로
    갈 때까지 양주, 광주 등지를 전전했었지만 기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별
    로 기억이 없으며,

    오직 황해도 곡산의 천동마을만이 기억에 생생하여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었다.

    천동마을에는 본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꺾쇠, 왕눈이, 개똥이 하고 별명
    으로 부르던 친구들은 산과 들로 싸다니며 뛰놀기도 했고,

    몇 해 동안 글방에서 글을 함께 읽었으므로 그리운 정이 간절하여 황해도
    에 들어서자 먼저 천동마을부터 찾았는데 코흘리개 옛 친구들은 모두 장
    년이 되어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동리의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방랑길에 나선이래. 처음으로 자기의 본명을 밝히고 옛이야기를 하자 모두
    들 반갑게 환대하면서 이집 저집에서 묵어가라고 붙잡는 바람에 한 달 여
    를 천동마을에 묵었다.

    어릴 적 친구들과 어울려 장기도 두고 바둑도 두면서 고향에 온 것처럼 편
    안한 세월을 보내다가 어느 날 김삿갓은 「장기」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
    은 즉흥시 한 수를 읊었다.


              술 잘하고 시 잘 짖는 친구끼리 모여 앉아
              방안에서 한 바탕 싸움판이 벌어졌네.
              포가 훨훨 날아 넘어 위세가 웅장하나
              상이 딱 버티고 있어 그 진세도 만만찮다.

              酒老詩豪意氣同(주로시호의기동)
              戰場方設一堂中(전장방설일당중)
              飛包越處軍威壯(비포월처군위장)
              猛象前衛陣勢雄(맹상전위진세웅)


              차가 바로 달려 졸을 먼저 잡아먹고
              모로 가는 날랜 말이 궁을 항상 엿본다.
              이 말 저 말 잡아먹고 연달아 장 부르니
              사 둘만으로는 당해내기 어렵구나.

              直走輕車先犯卒(직주경차선범졸)
              橫行駿馬每窺宮(횡행준마매규궁)
              殘兵散盡連呼將(잔병산진연호장)
              二士難存一局空(이사난존일국공)


    장기가 막판에 몰려 존망이 경각에 달려있는 위급한 상황을 절묘하게 표현
    한 시이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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