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이야기

88. 고려궁의 정원 만월대

eorks 2024. 12. 8. 09:12

88. 고려궁의 정원 만월대


    松嶽山(송악산) 남쪽 기슭에 있는 滿月臺(만월대)는 고려조의 正宮(정궁)
    이었던 延慶宮(연경궁) 앞의 널따 란 정원의 이름이었다.

    고려국이 태평성대였을 때 임금님은 밤이면 궁녀들을 거느리고 정원을 거
    닐며 달구경을 즐겼기에 정원의 이름을 만월대라 했다.

    만월대 주변에는 정궁인 연경궁을 비롯하여 會慶殿(회경전), 長和殿(장화
    전), 元德殿(원덕전), 乾德殿(건덕전), 萬齡殿(만령전), 八仙殿 (팔선전) 등
    등 수많은 궁전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을 뿐 아니라 뜰에는 기화요초가
    만발하였고,

    나무 숲 사이로는 宮服(궁복)을 곱게 차려 입은 궁녀들의 내왕도 빈번했었
    다.

    그러나 지금은 궁전을 떠받치고 있던 주춧돌만 여기저기 남아 있을 뿐, 우
    거진 잡초사이로 무심한 낙엽만 흩날리고 있었다.

    만월대를 둘러보고 비감함을 느끼는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였던 듯, 成
    宗(성종) 때 시인 安琛(안침)(호;竹溪(죽계) 1444~1515)이 남긴 다음과 같
    은 시가 머리에 떠올랐다.

              오백 년 옛 자취는 티끌이 되고
              송악산 푸른빛은 몇 번이나 새로웠나.
              이끼 덮인 궁터는 나무꾼의 길이 되니
              넓은 뜰은 비에 젖어 풀만이 봄이로다.

              五百年前迹已塵(오백년전적이진)
              松山蒼翠幾回新(송산창취기회신)
              苔封輩路樵成逕(태봉배로초성경)
              雨灑毬庭草自春(우쇄구정초자춘)


              뒷대궐 풍류가락 지금은 들을 길 없고
              동쪽 연못 놀잇배도 잠긴 지 오래도다.
              아득한 지난날을 누구에게 물어보리?
              만월대 상공에는 조각달만 떠 있구나.

              後殿笙歌今寂寞(후전생가금적막)
              東池舟楫久沈淪(동지주즙구침륜)
              悠悠往事憑誰問(유유왕사빙수문)
              臺上唯餘月一輪(대상유여월일륜)


    실로 가슴이 메어져 오는 비창감이었다. 망국지한은 누구에게나 슬픈 일
    이다.

    배달민족의 주류적인 감성은 <恨>이라 하던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주춧돌을 하나씩 밟아 보며 허무감에 젖어있는데
 
    문득 머리를 들어보니 송악산은 바야흐로 단풍이 절정이다.

    아아, 국가의 흥망이란 오로지 인간사에 불과한 것, 국가의 흥망이 아무리
    반복되어도 자연의 추이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는가 보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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