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안산댁과의 이별
김삿갓이 進鳳山(진봉산) 泉石寺(천석사)에 머문 지도 어언 한 달이 넘었 고 다친 다리도 안산댁의 극진한 간호로 다 나았으니 이제는 떠나야 했다.
범어스님과 안산댁이 한사코 말렸지만 김삿갓은 훌훌 털고 산사를 내려 왔다.
안산댁이 못내 아쉬워하면서 어디로 가시느냐고 물었지만, 정처 없이 떠돌 아다니는 나그네가 어디로 갈지를 어찌 미리 알겠느냐고 대답하고,
자기의 생활철학과 인생행로를 나타내는 다음과 같은 시로서 惜別(석별)의 정을 표하였다.
솔바람 차게 부는 쓸쓸한 주막에 한가롭게 누워 있는 속세를 떠난 사람 산골이 가까우면 구름으로 벗을 삼고 물에 임하면 물새와 함께 사노라. 寒松孤店裡(한송고점리) 高臥別區人(고와별구인) 近峽雲同樂(근협운동악) 臨溪鳥與隣(임계조여린)
내 마음 조금인들 거칠게 할까보냐 시와 술로서 인생을 스스로 즐기련다. 달이 밝은 밤이면 시를 읊기도 하며 고운 꿈을 유유히 나대로 키워 가리. 錙銖寧荒志(치수녕황지) 詩酒自娛身(시주자오신) 得月卽帶憶(득월즉대억) 悠悠甘夢頻(유유감몽빈)
안산댁은 그 시를 두번 세번 외워보고는 한숨을 푸- 쉬면서, 선생님의 시는 마치 偈頌(게송)과 같아서 禪味(선미)가 넘쳐흐른다고 했고,
김삿갓은 더 이상의 미련을 남기지 않으려고 많은 추억이 담긴 진봉산을 뒤 도라 보지 않고 유유히 걸어 내려오고 말았다.
산 밑의 마을에 다다를 지음 소년 행자가 급히 달려와 편지 한 통을 전한다.
편지를 뜯어보니 "선생님을 전송조차 못하는 제 심정을 헤아려 주옵소서.
옛 시 한 수를 빌어 저의 심정을 아뢰나이다." 하는 짤막한 사연과 함께 시 한 수가 적혀 있었다.
베개 베고 누워도 잠은 안 오고 등잔불만 나불나불 눈에 비치오. 참다운 인연인데 무슨 꿈이 필요할까 임이 남겨 주신 시를 거듭 외웁니다. 欹枕寒窓睡思遲(의침한창수사지) 一燈明滅照雙眉(일등명멸조쌍미) 眞緣不必陽臺夢(진연불필양대몽) 錦帶留看學士詩(금대류간학사시)
참으로 애절한 시였다. 김삿갓은 안산댁이 보내준 시를 거듭 외워 보는 동안 에 눈시울이 자꾸만 달아올랐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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