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은경

[스크랩] 가을을 보내며

eorks 2005. 11. 22. 11:23



가을을 보내며  :김은경 
쌉싸래한 내음이 
내 코끝을 간지럽게 한다.
시골 한적한 외딴 집
뜨락에 수북이 쌓인 
낙엽 태우는 향기로
두 눈은 어느새 흥건히 젖고
나는 너무 가슴이 아프다 
처음 낯선 곳 타향에서
이방인이 된 채로
늘 혼자였던 애절한 기억과 함께 
고향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다. 
추억의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다. 
엄마의 젖 내음 같은 그리움이 
가슴 한쪽을 시리게 나를 울린다. 
애기 손 같은 붉은 단풍 잎 
부채 같은 노란 은행 잎 
그리고 이름 모를 낙엽들
아련히 밀려오는 서글픔,
그리움이 물안개처럼 피어오른다. 
오래 신은 헌 운동화가 편한 것처럼
몸에 익숙하게 자리를 잡은 고독
오히려 혼자 더 즐기는지도 모른다
가을을 보내면서 낙엽들은 
지나간 세월 앙금으로 남아있던 
아픈 기억과 함께 이제 다 태우리라 
다 태우리라
그리고, 새봄의 향긋한 생명을 
준비하기 위해 옥토에 거름이 되어
썩어지리라 
새 소망의 꽃을 피우기 위해
사진출처: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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