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은경

[스크랩] 가을 단상

eorks 2005. 11. 12. 23:41








가을 단상 
        김은경
수많은 차들이 질주하는 
고속도로 연변의 풍경은 
화려한 색동옷으로 절정을 이루었고
잎사귀들은 떠남을 아쉬워하듯 
눈은 살포시 웃고 있지만
바람에 나부끼며 속 울음 울고 있다 
빈 들녘의 혼자 남은 
초췌한 허수아비 
목화 솜 같은 꽃 구름과 
눈빛이 마주친 탐스런 사과 
이내 발그스레 얼굴을 붉히며 
수줍어하고 
고향집 감나무의 선홍빛 감
살살 아기 달래듯 
긴장대로 따던 추억
오래전 흑백 사진처럼
불현듯, 가을바람을 타고
가슴에 와 꽂힌다   
오늘따라 긴 옷 소맷자락으로 
속살을 비집고 스며들어오는 
늦가을 찬 바람이 
갈피갈피 더욱 시리게 한다
뛰는 심장 속까지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나도 여물어 가고 있다 
사진출처: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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