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고전유머]1-31화 잦은 조참(朝參)에 가난해지고

eorks 2007. 3. 7. 09:02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1부 선비들의 멋, 그것이 유머였다.

(제1-31화)잦은 조참(朝參)에 가난해지고
    조선 시대 조정에서는 `조참'이란 행사가 있었다. 즉 한 달에 네 번 새벽에 궁중에서 열리던 행사인데, 이른 새벽 모든 대신들 이 모여서 임금이 나와 앉으면 인사를 드리고, 국정에 대해 임금 이 지시를 내리며, 또한 대신들도 임금에게 드릴 말씀이 있으면 아뢰었다. 이 행사가 이른 새벽에 개최되기 때문에 `조참'이라 했다. 내금위 벼슬에 있던 유씨(柳氏) 성을 가진 관원이 새벽 조참 에 나와서 친구들에게 다음과 같은 농담을 했다. "여러분, 조참이 자주 있어 집이 가난해질 것 같아서 큰 걱정 이랍니다." "아니, 가난해진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허면 식사를 여러 번 해서 그렇단 말이오?" 유씨의 말을 들은 동료들은 모두들 그게 무슨 뜻이냐고 하면 서 어리둥절해했다. 곧 유씨가 웃으면서 차근차근 설명을 하는데 그 이유는 이러 했다. "조참이 있는 날이면 새벽 첫닭이 울 때 일어나 준비를 하고 나와야 하지 않소, 그런데 요즘처럼 날씨가 추운 때이면 일어나 잠이 아직 덜 깬 상태에서, 아내가 술을 마련해 두었다가 따끈하 게 데워 마시고 가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술값이 들어 가난해진단 말이오? 그러면 그 술을 준 비하지 못하게 하면 될 게 아니오?" "그게 그렇지 않아요, 아내가 마련해 주는 술을 몇 잔 마시고 얼근해서 나오게 되는데, 마침 주상께서 참석하시지 않아 권정 (權停)으로 조참을 빨리 마치게 되면 모였다가 바로 집으로 돌아 가게 되어 문제지요." "아니, 그러면 집에 돌아가 다시 잠을 더 자면 되는데 무슨 걷정이오? 참 걱정도 팔자네그려, 그래서 왜 가난해진다는 거 요?" "아, 내 말을 더 들어 보구려, 집에 도착해도 아직 날이 밝기 전이고 술기운도 아직 남아 있거든요. 방으로 들어가 관복을 차 례차례 벗으면서 이불을 덮고 누워 있는 아내의 얼굴을 내려다 보면, 얼근한 술김에 도저히 그대로 지나칠 수가 없는 기분이 되 고 만단 말입니다." 이 말에 모두들 일리가 있다면서 한바탕 크게 웃었다. "그래서 살그머니 이불 속에 손을 넣어 아내의 몸을 더듬는 데, 손에 닿는 감촉이며 아내 몸의 여러 부분들을 쓸어내리는 그 느낌이 보통 때에는 미처 느껴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흥을 불러 일으킨단 말입니다. 이렇게 그때 애정 놀이를 하면 고조되는 정 감은 보통 때보다 몇 배에 달하며, 또한 아내가 더욱더 좋아하거 든요. 이렇기 때문에 조참이 있을 때마다 아내는 반드시 술을 사 와서 준비했다가 마시고 가라고 강요한답니다. 그러니 내 얼마 되지 않는 녹봉에 이렇게 늘 술값이 들어가게 되니 어찌 가난해 지지 않겠어요?" 능청맞게 해학을 섞어 가며 하는 유씨의 얘기에 듣고 있던 친 구들이 모두 배를 움켜쥐고 뒹굴면서 웃더라.<조선 후기> [옛 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 김현룡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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