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1부 선비들의 멋, 그것이 유머였다. |
조선 시대 조정에서는 `조참'이란 행사가 있었다. 즉 한 달에
네 번 새벽에 궁중에서 열리던 행사인데, 이른 새벽 모든 대신들
이 모여서 임금이 나와 앉으면 인사를 드리고, 국정에 대해 임금
이 지시를 내리며, 또한 대신들도 임금에게 드릴 말씀이 있으면
아뢰었다. 이 행사가 이른 새벽에 개최되기 때문에 `조참'이라
했다.
내금위 벼슬에 있던 유씨(柳氏) 성을 가진 관원이 새벽 조참
에 나와서 친구들에게 다음과 같은 농담을 했다.
"여러분, 조참이 자주 있어 집이 가난해질 것 같아서 큰 걱정
이랍니다."
"아니, 가난해진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허면 식사를 여러 번
해서 그렇단 말이오?"
유씨의 말을 들은 동료들은 모두들 그게 무슨 뜻이냐고 하면
서 어리둥절해했다.
곧 유씨가 웃으면서 차근차근 설명을 하는데 그 이유는 이러
했다.
"조참이 있는 날이면 새벽 첫닭이 울 때 일어나 준비를 하고
나와야 하지 않소, 그런데 요즘처럼 날씨가 추운 때이면 일어나
잠이 아직 덜 깬 상태에서, 아내가 술을 마련해 두었다가 따끈하
게 데워 마시고 가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술값이 들어 가난해진단 말이오? 그러면 그 술을 준
비하지 못하게 하면 될 게 아니오?"
"그게 그렇지 않아요, 아내가 마련해 주는 술을 몇 잔 마시고
얼근해서 나오게 되는데, 마침 주상께서 참석하시지 않아 권정
(權停)으로 조참을 빨리 마치게 되면 모였다가 바로 집으로 돌아
가게 되어 문제지요."
"아니, 그러면 집에 돌아가 다시 잠을 더 자면 되는데 무슨
걷정이오? 참 걱정도 팔자네그려, 그래서 왜 가난해진다는 거
요?"
"아, 내 말을 더 들어 보구려, 집에 도착해도 아직 날이 밝기
전이고 술기운도 아직 남아 있거든요. 방으로 들어가 관복을 차
례차례 벗으면서 이불을 덮고 누워 있는 아내의 얼굴을 내려다
보면, 얼근한 술김에 도저히 그대로 지나칠 수가 없는 기분이 되
고 만단 말입니다."
이 말에 모두들 일리가 있다면서 한바탕 크게 웃었다.
"그래서 살그머니 이불 속에 손을 넣어 아내의 몸을 더듬는
데, 손에 닿는 감촉이며 아내 몸의 여러 부분들을 쓸어내리는 그
느낌이 보통 때에는 미처 느껴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흥을 불러
일으킨단 말입니다. 이렇게 그때 애정 놀이를 하면 고조되는 정
감은 보통 때보다 몇 배에 달하며, 또한 아내가 더욱더 좋아하거
든요. 이렇기 때문에 조참이 있을 때마다 아내는 반드시 술을 사
와서 준비했다가 마시고 가라고 강요한답니다. 그러니 내 얼마
되지 않는 녹봉에 이렇게 늘 술값이 들어가게 되니 어찌 가난해
지지 않겠어요?"
능청맞게 해학을 섞어 가며 하는 유씨의 얘기에 듣고 있던 친
구들이 모두 배를 움켜쥐고 뒹굴면서 웃더라.<조선 후기>
[옛 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 김현룡 지음]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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