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

임화(林和)님의 詩

eorks 2007. 4. 17. 00:01

임화(林和)님의

      1.<한 잔 포도주를> 찬란한 새 시대의 향연(饗宴) 가운데서 우리는 향그런 방향(芳香) 우에 화염같이 붉은 한 잔 포도주를 요구한다 새벽 공격의 긴 의논이 끝난 뒤 야영은 뼛속까지 취해야 하지 않느냐 명령일하(命令一下) 승리란 싸움이 부르는 영원한 진리다 그러나 나는 또한 패배를 후회하지 않는다 승패란 자고로 싸움의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냐 중요한 것은 우리가 피로하지 않는 것이다 적*에 대한 미움을 늦추지 않는 것이다 멸망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지혜 때문에 용기를 잃지 않는 것이다 최후의 결별에 임하여 무엇 때문에 한 그릇 냉수로 흥분을 식힐 필요가 있느냐 벗들아! 결코 위로의 노래에 귀를 기울여서는 아니된다 동백꽃은 희고 해당화는 붉고 애인은 그보다도 아름답고 우리는 고향의 단란과 고요한 안식을 얼마나 그리워하느냐 아 이러한 모든 속에서 떠나가는 슬픔을 나는 형언할 수가 없다 그러나 한 잔 냉수로 머리를 식힌 채 화려했던 희망과 꿈이 묻히는 무덤을 찾느니보단 아! 내일 아침 깨어지는 꿈을 위해설지라도 꽃과 애인과 승리와 패배와 원수까지를 한 정열로 찬미할 수 있는 우리 청춘을 위하여 벗들아! 축복의 붉은 술잔울 들자 ----------------------------------------
    2.<네거리의 순이> 네가 지금 간다면 어디를 간단 말이냐? 그러면, 내 사랑하는 젊은 동무, 너, 내 사랑하는 오직 하나뿐인 누이동생 순이, 너의 사랑하는 그 귀중한 사내, 근로하는 모든 여자의 연인...... 그 청년인 용감한 사내가 어디서 온단 말이냐? 눈바람 찬 불쌍한 도시 종로 복판에 순이야! 너와 나는 지나간 꽃피는 봄에 사랑하는 한 어머니를 눈물 나는 가난 속에 여의였지! 그리하여 이 믿지 못할 얼굴 하얀 오빠를 염려하고, 오빠는 가냘픈 너를 근심하는, 서글프고 가난한 그 날 속에서도, 순이야, 너는 마음을 맡길 믿음성 있는 이곳 청년을 가졌었고, 내 사랑하는 동무는...... 청년의 연인 근로하는 여자, 너를 가졌었다. 겨울날 찬 눈보라가 유리창에 우는 아픈 그 시절, 기계 소리에 말려 흩어지는 우리들의 참새 너희들의 콧노래와 언 눈길을 걷는 발자욱 소리와 더불어 가슴속으로 스며드는 청년과 너의 따뜻한 귓속 다정한 웃음으로 우리들의 청춘은 참말로 꽃다왔고, 언 밤이 주림보다도 쓰리게 가난한 청춘을 울리는 날, 어머니가 되어 우리를 따뜻한 품속에서 안아주던 것은 오직 하나 거리에서 마나, 거리에서 헤어지며, 골목 뒤에서 중얼대고 일터에서 충성되던 꺼질 줄 모르는 청춘의 정열 그것이었다. 비할 데 없는 괴로움 가운데서도 얼마나 큰 즐거움이 우리의 머리 위에 빛났더냐? 그러나 이 가장 귀중한 너 나의 사이에서 한 청년은 대체 어디로 갔느냐? 어찌 된 일이냐? 순이야, 이것은...... 너도 잘 알고 나도 잘 아는 멀쩌한 사실이 아니냐? 보아라! 어느 누가 참말로 도적놈이냐? 이 눈물 나는 가난한 젊은 날이 가진 불쌍한 즐거움을 노리는 마음하고, 그 조그만, 참말로 풍선보다 엷은 숨을 안 깨치려는 간지런 마음하고, 말하여 보아라, 이곳에 가득 찬 고마운 젊은이들아! 순이야, 누이야! 근로하는 청년, 용감한 사내의 연인아! 생각해보아라, 오늘은 네 귀중한 청년인 용감한 사내가 젊은 날을 부지런한 일에 보내던 그 여윈 손가락으로 지금은 굳은 벽돌담에다 달력을 그리겠구나! 또 이거 봐라, 어서. 이 사내도 네 커다란 오빠를...... 남은 것이라고는 때묻은 넥타이 하나뿐이 아니냐! 오오, 눈보라는 '튜럭'처럼 길거리를 휘몰아간다. 자 좋다, 바로 종로 네거리가 예 아니냐! 어서 너와 나는 번개처럼 두 손을 잡고, 내일을 위하여 저 골목으로 들어가자, 네 사내를 위하여, 또 근로하는 모든 여자의 연인을 위하여...... 이것이 너와 나의 행복된 청춘이 아니냐? -----------------------------------------------------
        3.<밤길> 바람 눈보라가 친다 앞 길 먼 산 하늘에 아무것도 안보이는 밤. 아 몹시 춥다. 개 한 마리 안짖고 등불도 꺼지고 가슴 속 숲이 호올로 흐득이는 소리 도깨비라도 만나고 싶다 죽는 게 살기보다도 쉬웁다면 누구가 벗도 없는 깊은 밤을....... 참말 그대들은 얼마나 갔는가. 발자국을 눈이 덮는다 소리를 하면서 말 소리를 들 제도 자꾸만 바람이 분다. 오 밤길을 걷는 마음....... ----------------------------
    임화 : (林和, 1908~1953) 본명은 임인식(林仁植). 필명은 청로 (靑爐), 쌍수대인(雙樹臺人), 성아(星兒), 임(林)다다, 김철우(金鐵友). 서울출생. 보성고보를 중퇴하고 다다풍 의 습작 시기를 거쳐 1920년대 후반부터 프로 시인과 비 평가로서 본격적인 문단활동을 전개하였다. 1929년 가을, 일본으로 건너가서 수학하다가 1931년, 귀국해서 카프의 서기장을 역임하면서 이 당의 프로문학운동을 실질적을 주도하였다. 그러나 1935년 카프 해산 무렵부터는 순문학 쪽으로 기울어서 시집<현해탄>(1938)과 비평집<문학의 논 리>(1940)를 간행하고, <조선문학사>를 집필하는 등 순수 문학의 길을 걷게 된다. 또한 이 무렵에 출판사 <학예사> 를 경영해 보고 영화 관계 일을 하기도 하면서 친일단체인 '조선문인보국회'에 가담하기도 한다. 해방 후에는 '조선문 학건설본부(1945)'를 만들어 그 서기장을 지내고 '조선문 학가동맹'에 가담하는 등 남로당 노선을 걸으며 문화 운동 을 전개했다. 그러다가 1946년, 공산당이 불법화된 후 1947년 4월경 이른바 제 2차 월북파로 입북하여, 북한에서 문화선전성 부장, 조소문화협회 부위원장을 역임하고 6.25 에 종군하다가 1953년,'미제 스파이'혐의로 사형에 처해진 비극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시집에 <현해탄>,<찬가>,<회상시집>등이 있다. -------------------------------------------------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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