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

박남수(朴南秀)님의 詩

eorks 2007. 4. 18. 16:35

박남수(朴南秀)님의

      1.<아침 이미지>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어둠은 온갖 물상(物象)을 돌려 주지만 스스로는 땅 위에 굴복(屈服)한다. 무거운 어깨를 털고 물상들은 몸을 움직이어 노동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즐거운 지상(地上)의 잔치에 금(金)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 아침이면, 세상은 개벽(開闢)을 한다. ----------------------------------- 2.<마을> 외로운 마을이 나른나른 오수(午睡)에 조을고 넓은 마을에 솔개미 바람개비처럼 도는 날…… 뜰안 암탉이 제 그림자 쫓고 눈알 대록대록 겁을 삼킨다. -------------------------------- 3.<밤 길> 개구리 울음만 들리던 마을에 굵은 빗방울 성큼성큼 내리는 밤 …… 머얼리 산턱에 등불 두 셋 외롭고나. 이윽고 홀딱 지나간 번갯불에 능수버들이 선 개천가를 달리는 사나이가 어렸다. 논둑이라도 끊어져 달려가는 길이나 아닐까. 번갯불이 스러지자 마을은 비 내리는 속에 개구리 울음만 들었다. -------------------------------------- 4.<새> 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體溫)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假飾)하지 않는다. 3 -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純粹)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傷)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 5.<종소리> 나는 떠난다. 청동(靑銅)의 표면에서 일제히 날아가는 진폭(振幅)의 새가 되어 광막한 하나의 울음이 되어 하나의 소리가 되어. 인종(忍從)은 끝이 났는가. 청동의 벽에 '역사'를 가두어 놓은 칠흑의 감방에서. 나는 바람을 타고 들에서는 푸름이 된다. 꽃에서는 웃음이 되고 천상에서는 악기가 된다. 먹구름이 깔리면 하늘의 꼭지에서 터지는 뇌성(雷聲)이 되어 가루 가루 가루의 음향이 된다. --------------------------------- 6.<초롱불> 별 하나 보이지 않는 밤하늘 밑에 행길도 집도 아주 감초였다. 풀 짚는 소리 따라 초롱불은 어디로 가는가. 산턱 원두막일 상한 곳을 지나 무너진 옛 성터일쯤한 곳을 돌아 흔들리는 초롱불은 꺼진 듯 보이지 않는다. 조용히 조용히 흔들리던 초롱불‥‥‥. ------------------------------------
    박남수 : (朴南秀,1918~ ). 평남 평양 출생. 일본 중앙대학 졸업. <삶의 오료(悟了)>를 <중앙일보>에 1932년에 발표하여 일찍부터 창작을 시작하였다. 1939년에 <문장>지에 <초 롱불>,<밤길> 등이 추천되었다. 그의 시세계는 여러 차 례의 변모를 거치는 데, 초기에는 주로 자연의 서정과 서경을 읊고 있는데, 매우 조심 스럽고 섬세한 손길을 느끼게 하는 것이엇다. 후기에는 차츰 지적(知的)인 측 면과 존재론적 탐구를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주지적 계 통의 시를 창작했다. 시집으로는 <초롱불>(1940),<갈매 기 소묘>(1958),<신의 쓰레기>(1964),<새의 암장>(1970), <사슴의 관>(1981) 등이 있다. ------------------------------------------------------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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