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4부 서민들, 유머는 그들의 낙이었다 |
시골에 사는 한 노파가 귀엽게 기른 외동딸을 혼인시키고, 첫
날밤 마음이 놓이지 않아 신랑 신부가 잠자는 방문 앞에 앉아서
얘기를 엿들으며 방안의 거동을 살피고 있었다.
신랑 신부는 들여놓은 음식을 먹은 다음 불을 끄고 이불 속으
로 들었다. 곧 신랑의 조종에 따라 딸이 호응을 하는데, 생각했
던 것과는 달리 매우 잘 조화를 이루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딸은 지금까지 느껴 보지 못했던 그 황홀하
고 신비스러운 감동에 젖어 가벼운 신음 소리도 내면서 어쩔 줄
을 몰라했다.
한참 이러다가 딸이 신랑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서방님! 너무 좋네요. 이런 감동이라면 곧바로 쉬지 않고 멀
리 강남까지도 단숨에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말을 들은 신랑은 이렇게 응수하는 것이었다.
"아니 여보! 강남이 얼마나 먼데? 강남까지 쉬지 않고 가려면
배가 고파 어쩌려고? 아마 그 먼 강남까지 가려면 배가 많이 고
플걸."
딸은 신음 소리를 멈추고는 이렇게 받았다.
"서방님! 배고픈 것은 걱정 없습니다. 아주 좋은 수가 있으니
까요. 우리 엄마에게 광주리에 밥을 담아 이고 뒤따라오라고 하
면 되거든요."
이렇게 속삭이는 딸의 정감어린 목소리를 듣고, 노파는 옛 시
절 자기의 첫날밤을 떠올리며 매우 흐뭇해했다.
이튼날 아침, 노파가 딸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평소와는 달리
밥을 두 그릇이나 먹는 것이었다.
이를 본 딸이 놀라면서,
"엄마! 왜 갑자기 밥을 두 그릇씩이나 먹어? 배아프면 어쩌려
고 그래? 난 몰라 엄마!"
하고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노파는 착 가라앉은 목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얘야! 네가 신랑하고 누워서 쉬지 않고 강남까지 갈 때 말이
다. 밥 광주리를 이고 뒤따라가려면 힘이 부쳐 어찌 견디겠니?
그래서 미리 밥을 두 그릇씩 먹어 두는 것이란다."
이 말을 들은 딸은 부끄러워하면서 웃더라.<조선 후기>
[옛 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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