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前漢) 성제(成帝)때, 정승으로 있던 안창후 장우(張 禹)는 성제의 존 경을 받고 있었다.
그는 성제를 믿고 안하 무인격의 행동도 서슴지 않고 했지만, 그의 위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여 그 누구도 이 점을 지적하지 못했다.
어느날 유학자인 괴리자사 주운(朱雲)이 성제에게 간언을 하였다.
"지금 조정의 대신들은 위로는 폐하를 올바른 길로 이끌지 못하고, 아래로 는 백성들에게 무익한 일만 하면서 녹을 축 내고 있으니, 도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 천자가 쓰시는 참마검(斬馬劍:말을 벨 수 있는 칼)을 주신다면, 간 사한 신하 한 명의 목을 베어 신하들을 경계시키겠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대신들이 놀라 술렁거리자 성제가 물었다.
"간사한 신하가 누구인가?"
주운은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바로 장우입니다."
이 말을 듣자 성제는 자신의 스승을 간사한 신하로 폄하한 주운을 당장 끌 어내라고 소리 쳤다.
무관들이 주운을 끌어 내려고 하자 주운은 끌려나가지 않으려고 난간을 붙들고 발버둥치며 장우의 목을 베어야 한다는 말만 계속하여 반 복하는 것이었다.
무관과 주운이 밀고 당기다가 그만 난간 이 부러져(折檻) 두 사람은 부러진 난간과 함께 아래로 떨 어졌다.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장군 신경기(辛慶忌)가 주운의 충성에 감동하여 뛰 쳐나와 바닥에 머리를 찧으면서 간절히 간했다.
이마에선 선혈이 흘러내렸다. 사태가 이쯤되자 성제도 한숨 쉬며 말했다.
"짐의 잘못이었소. 공연히 충신을 잃을 뻔했구나. 난간은 새 로운 것으로 바꾸지 말로 부서진 것을 그대로 붙이도록 하라. 직언을 간한 신하의 충성 의 정표로 삼겠다."